끊이지 않는 환호와 갈채 속에서 백 씨는 10여 차례나 커튼콜에 답했다. 그래도 객석이 가라앉지 않자 그는 피아노 앞에 다시 앉아 리스트의 ‘꿈속에서’를 연주했다. 불과 5분도 안 되는 소품이었지만 부드러운 선율은 강렬한 연주에 열광했던 관객들의 가슴을 어루만져 주었다.
이날 공연에서 백 씨는 베토벤 소나타들을 하나하나 건축물처럼 쌓아가면서 엄청난 힘과 정열로 관객들을 절정으로 몰아갔다. 베토벤의 고독한 내면 깊은 곳으로 끌고 들어가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을 바라보도록 만들었던 것.
음악평론가 장일범 씨는 이날 그가 연주한 ‘열정’ 2악장에 대해 “수많은 관객 속에서 마치 혼자서 듣고 있는 듯한 고독 속에 빠져들었다”며 “그 숭고함과 경건함은 마치 베토벤과 백건우의 ‘고해성사’를 보는 듯했다”고 말했다.
19일 만난 백 씨는 이 연주회를 언급하며 “베토벤이야말로 진정한 로맨티시스트”라고 말했다. “흔히들 낭만주의라는 것이 예쁘장한 어떤 것이라고만 생각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격렬하게 표현해내는 것만큼 로맨틱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23일 서울 호암아트홀 독주회, 10월 17(성남), 18(서울 예술의 전당), 20일(대전)에는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갖는다. 안산(10월 1일), 순천(10월 7일), 진주(10월 22일), 당진(10월 25일)에서도 순회 독주회를 갖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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