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3인조 프로젝트 그룹 '클래지콰이'

  • 입력 2005년 9월 22일 23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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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조 프로젝트 그룹 '클래지콰이'
3인조 프로젝트 그룹 '클래지콰이'
지난해 5월 광화문의 한 대형 음반 가게에 음반 한 장이 깔렸다. 돼지 그림이 그려진 이 음반에는 ‘클래지콰이’, ‘인스턴트 피그’라는 글귀만 써 있었다. 어떤 것이 그룹명이고 음반 제목인지 구분도 않은 채 음악부터 접한 사람들,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야, 이 음악 새롭다…”

‘클래식’과 ‘재즈’, 그리고 그루브하다는 ‘콰이’란 뜻의 합성어인 3인조 프로젝트 그룹 ‘클래지콰이’는 라운지 음악과 보사노바, 하우스 음악 등을 섞어 그룹 이름만큼이나 4차원적인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냈다. ‘내게로 와’, ‘스위티’, ‘젠틀 레인’ 등 데뷔 음반에 수록된 곡들은 각종 CF, 라디오 배경음악으로 사용됐고 신인임에도 음반은 5만장이나 팔렸다. 또 올해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제가 ‘비 마이 러브’와 ‘쉬 이즈’를 불러 인기를 이어갔다. 그런 그들이 22일 두 번째 음반 ‘컬러 유어 솔’을 들고 나타났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저희 노래를 듣고 ‘어, 이 노래 아는데 누가 불렀지?’라고 하세요. 섭섭할 때도 있지만 어쨌든 저희의 음악을 많은 분들이 듣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죠. 오히려 나중에 ‘아, 이 노래가 클래지콰이 노래야?’라고 놀라면 반갑지 않나요?”(김성훈)

캐나다 교포 출신인 ‘클래지’(김성훈․31)와 ‘콰이’(알렉스․26, 호란․26)들이 만든 데뷔 음반은 음악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아냈다. 그러나 1집 활동을 마무리할 때 쯤 이들에게는 “데뷔 음반을 뛰어넘는 2집이 나올 수 있을까?”라는 말이 들렸다. 팬들의 관심이 곧바로 부담이 됐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인데 그 안에 1집보다 나은 작품을 만들어야 하니 너무 부담스러웠죠. 이런 저희를 보고 사장님이 ‘1주일 연장시켜줄게’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이 어찌나 기뻤는지….”(알렉스)

2집 제목인 ‘컬러 유어 솔’은 음악으로 사람들의 영혼을 물들이고 싶다는 ‘클래지콰이’의 바람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색깔은 다소 어둡다. 중량감이 느껴지는 디스코 풍의 타이틀 곡 ‘필 디스 나이트’나 슬픈 하우스 댄스 ‘컴 얼라이브’ 등은 낯선 느낌이다. 그러나 따뜻한 보사노바 곡인 ‘날짜 변경선’은 1집의 느낌을 가져온 곡이다. 1집이 늘씬한 미녀와의 데이트였다면 2집은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다.

“한 방송국 PD님이 ‘너희 음악 좋아졌더라. 근데 대중들이 좋아해야지 나 같은 사람이 좋아하면 안 되는데’라고 하셨어요. 뭐 어쩌겠어요. 대중적인 음악으로 인기를 얻는 것도 좋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잖아요.”(호란)

또 이번 앨범에서는 ‘투 스텝’(두 박자로 강-약을 표현하는 장르) 곡인 ‘크라이 아웃 라우드’나 솔 풍의 ‘아이 윌 기브 유 에브리싱’, 어쿠스틱한 기타 소리가 인상적인 ‘스피치리스’ 등 1집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도 담았다. 늘 새로움을 찾는 ‘클래지콰이’ 멤버들. 그러나 사실 이들은 예상만큼 ‘얼리어답터’는 아니었다. 여성 멤버 호란의 휴대전화기가 낡아보였다.

“이 휴대전화기 너무 오래 써서 언제 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음악은 최신 유행에 민감해야하지만 제 성격은 유행에 좀 무딘 성격이죠.”

그러자 옆에 있던 알렉스가 “맞아 맞아”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사람들이 ‘윈도우 XP’ 쓰고 있을 때 전 ‘윈도우 1998’을 쓰는 스타일이랍니다. 우리 멤버들 다 비슷한가 보네? 하하.”

이들은 28일 일본에서 데뷔 음반 ‘인스턴트 피그’를 발매한다. 또 다음달 29일과 30일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2집 음반 발매 기념 콘서트도 가질 예정이다.

“음반 작업 내내 체념하는 법을 배웠어요. 대중성과 음악성 사이에서 고민하지 말고 그냥 하나를 포기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자. 이런 생각입니다 ‘클래지콰이’의 최종 목적지요? 저도 몰라요. 다만 양지바른 목적지에 안착하는 순간 ‘클래지콰이’의 수명도 끝나겠죠? 늘 쉬지 않고 돌아다녀야죠.”(김성훈)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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