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고 유익하다.
주변 환경이 맞지 않으면 1년 동안 전혀 먹지 않고 단식하며 버티는 아나콘다의 이야기며, 뱀에 물려도 쉽게 독이 퍼지지 않는 곰을 마취시키기 위해서는 10만 원짜리 고가의 마취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 또는 목이 180도 이상 자유자재로 돌아가 뒤에서 조그마한 소리만 나도 바로 등으로 고개를 돌릴 수 있는 부엉이….
미처 몰랐던 동물 자체의 특성을 알아가는 것도 좋지만, 어쩌면 그보다는 동물들의 세계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사람이 동물을 길들인다고 생각하지만, 수의사인 저자는 반대로 이렇게 말한다. “동물들과 함께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으니 동물들이 나를 길들였다”고.
하루하루 동물을 관찰하고 살피는 것이 수의사의 일이지만 저자는 오히려 동물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에 대해 배우고 깨달음을 얻는다.
이 책은 저자가 근무하는 광주 우치동물원의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치동물원은 연간 50여 마리의 동물이 태어나는 국내 최다산(最多産) 동물원. 하지만 이 동물원은 개장 이후 코끼리를 한 마리도 가지지 못할 만큼 작고 가난한 동물원이기도 하다. 예산이 부족한 이 동물원은 아프거나 다친 동물들을 들여와 정성껏 간호해 키우는 방법으로 현재 113종 474마리의 동물을 ‘확보’했다. ‘세상에서 가장 불량한 동물원’이라는 책 제목은 여기서 비롯됐다.
저자는 ‘불량한 동물원’에 온 야생 동물들을 돌보는 이야기와 동물 수십 마리의 일상사를 재미있게 풀어놓으면서 이들을 통해 얻은 소박한 삶의 교훈을 책 중간 중간에 덧붙였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우울증 환자’로 불리던 침팬지가 언제부턴가 수시로 우리에서 나와 일광욕을 즐기게 되는 것을 통해 ‘사랑’의 힘을 깨닫고, 평상시 적대 관계에 있던 무리들도 비가 오면 한 처마 밑으로 평화롭게 모여드는 모습에서 삶에 대한 본능적인 애착을 발견한다.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 나가야 할 청소년은 물론 어른이 읽어도 유익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동물들이 힘을 합쳐 힘든 계절을 넘기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인간 사회의 모습이 저절로 그 위에 겹쳐진다.
“추운 아침, 일본원숭이들을 보면 마치 털 뭉치처럼 한데 뭉쳐 있고 새끼들은 그 위를 넘어 다니며 장난을 친다. 꼭 껴안고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녀석들을 보면 내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몸과 몸이 맞닿아 지펴지는 온기, 마음과 마음의 포옹으로 일궈지는 사랑이야말로 춥고 힘든 계절을 견디는 힘이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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