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 쳇은 못됐다. 별사탕 있는 곳을 알려준 족제비한테 “개미들이 다 가져갔단 말이야, 물어내” 하고 떼를 쓴다. 단팥과자를 준 쓰레받기한테는 “너 때문에 배탈 났어, 물어내” 하고 떼를 쓴다. 친구들은 쳇한테 친절하게 대하려고 애쓰는데 쳇은 억지만 쓴다. ‘물어내’라는 말이 입에 붙은 쳇한테 친구가 붙어 있을 리 없다. 놀자는 친구가 하나 있긴 하다. 쥐덫이다. 생쥐가 쥐덫이랑 놀게 됐으니 뒷일이야 뻔하다.
이 책은 동화로선 드물게 ‘새드 엔딩’이다. 쥐덫에 갇힌 쳇은 소리를 지르다 지쳐 훌쩍거린다. 그걸로 끝. 쳇이 잘못을 뉘우치지도 않고 친구들이 도와주러 오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쳇처럼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책을 읽은 아이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는 것.
일본 동화작가 미야자와 겐지 씨의 초등학생용 동화 ‘쳇 쥐’를 동화작가 엄혜숙 씨가 유아용 그림책으로 각색했다. 일본 일러스트레이터 가로쿠 부부가 차린 가로쿠 공방에서 생쥐, 족제비 등 등장 캐릭터뿐 아니라 옥수수 낱알, 시계 초침에 이르기까지 소품 모두 나무를 깎아 만들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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