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身은 ‘임신하다’가 원래 뜻이며, 나아가 머리 아래부터 발 위까지의 ‘신체’를 지칭하게 되었는데, ‘사람의 몸을 그렸다’고 한 ‘설문해자’의 해석은 이를 반영한다. 이후 사물의 주체나 자기 자신을 뜻했고, 자신이 ‘몸소’ 하는 것을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身으로 구성된 한자들은 모두 몸과 관련된 의미를 가진다. 예컨대, 궁(躬·몸 궁)은 원래 呂(등뼈 려)로 썼다가 이후에 身이 더해져 궁이 되었고, 다시 呂 대신 소리부인 弓(활 궁)이 들어가 躬이 된 글자이다. 呂는 갑골문에서 아래위로 원형이 둘 그려진 모습인데, 등뼈의 단면도를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체에서 가장 대표적인 부위가 척추였기에 등뼈로써 ‘몸’을 상징했을 것이다.
또 體(몸 체)를 달리 체로도 쓰는데, 이는 살이 붙어 풍만한(豊·풍·풍) 몸체(身)를 상징화했다. 몸이란 살과 뼈가 함께 구성된 것이라는 생각에서 身 대신 骨(뼈 골)을 더해 體를 만들고, 몸이 사람(人·인)의 근본(本·본)이라는 뜻에서 이를 줄여 體(몸 체·體의 약자)로 쓰기도 했다.
나머지 타(비킬 타)는 몸을 숨김을, 6(裸·발가벗을 나)는 몸체를 드러냄을, 미(예절 가르칠 미)는 몸을 아름답게 가지는 법을 가르치며 그것이 ‘예절’이자 ‘교양’임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射(쏠 사)는 알고 보면 원래 弓과 寸(마디 촌)으로 구성되어, 손(寸)으로 활(弓)을 쏘는 모습을 그렸는데, 한나라 때의 예서에 들면서 弓과 身의 자형이 비슷해 잘못 변한 글자이다. 그러자 활을 쏠(寸) 때 몸(身)을 꼿꼿하게 세워야 하는 것이 射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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