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캘린더]국립오페라단 ‘나부코’ 공연

  • 입력 2005년 9월 30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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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사진 제공 국립오페라단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사진 제공 국립오페라단
“19세기에 오페라는 고색창연한 의상과 무대로 대형 스펙터클을 만끽할 수 있는 매력적 공연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영화로 대체된 이후 대중의 관심은 오페라에서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국립오페라단이 10월 5일부터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의 연출자 다니엘 브느앙은 특이하게도 연극과 영화를 주로 연출했던 연출가. 그는 점차 대중으로부터 멀어져가는 오페라가 현대적 감각에 맞춰 다시 해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르디의 출세작인 ‘나부코’는 구약성서의 다니엘서와 예레미야서를 기초로 기원전 605년부터 562년까지 43년 동안 나라를 빼앗긴 이스라엘과 바빌로니아의 왕 나부코(느브갓네살의 이탈리아식 이름)를 중심으로 피압박 민족의 아픔과 자유에의 열망을 그린 작품. 프랑스 니스극장 예술감독 겸 극장장으로 있는 브느앙은 이번 극의 배경을 기원전 600년경의 예루살렘과 바빌론이 아닌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강제포로수용소인 게토로 바꿨다.

포로들은 수용소 안에서 극중극 형식으로 오페라 ‘나부코’를 올리면서 자유에 대한 간절한 갈구를 외친다. 전통적인 오페라의 형식에서 벗어나 마치 영화의 카메라 줌 렌즈를 들여다보듯 철조망 앞뒤로 이동하는 무대는 오페라에서 보기 드문 역동성을 느끼게 한다.

나부코의 백미는 히브리 노예들이 자유를 열망하는 ‘꿈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가라’는 합창. 베르디가 처음 상연됐을 당시 오스트리아의 압제에 시달리던 이탈리아인들이 조국의 독립과 통일을 꿈꾸며 눈물을 흘렸던 곡이다. 요즘도 이탈리아인들에겐 우리의 ‘아리랑’이나 ‘타향살이’처럼 따라 부르며 몇 번이고 앙코르를 신청하는 노래. 이번 공연에서는 극중극 ‘나부코’를 공연하던 도중 수용소를 3면으로 둘러싼 유대인 포로들이 창문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극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따라 부른다.

브느앙은 “이탈리아 민족의 가슴을 뜨겁게 한 나부코를 오랜 방랑의 세월과 분열을 겪은 전 세계 피압박 민족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재해석했다”며 “일본에 의해 압박의 세월을 겪었던 한국 관객들도 정서를 같이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공연 연출가로 브느앙을 추천하고, 지휘를 맡기로 했던 ‘유대인 랍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오렌이 18일 “고막 내 혈압이상과 중이염 증세로 지휘를 할 수 없다”고 밝혀 아쉬움을 남겼다. 지휘는 프랑스 출신의 리날드 조바니네티가 맡을 예정이다. 주인공인 나부코 역은 러시아 출신의 바리톤 보리스 스타첸코와 김승철이, 여주인공 아비가일레 역은 소프라노 아드리안 두거와 이화영이 각각 맡는다. 3만∼20만 원. 02-586-5282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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