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문학과 예술의 문화사 1840~1900’

  • 입력 2005년 10월 1일 03시 03분


◇문학과 예술의 문화사 1840~1900/스티븐 컨 지음·남경태 옮김/532쪽·3만 원·휴머니스트

이 책의 원제부터 말해야겠다. ‘Eyes of Love’(1996). ‘사랑의 시선’이라는 뜻이다. 원제와 번역서 제목을 연결시켜 보자. 문학과 예술에 나타난 사랑의 시선을 통해 19세기의 문화사를 들여다본 책이 되지 않을까.

남녀를 그린 19세기 유럽의 회화 작품을 눈여겨보면 독특한 구도가 발견된다. 남성은 갈망어린 또는 성적인 눈길로 여성을 바라본다. 구애 또는 유혹의 시선이다. 그림에선 옆얼굴로 나타난다. 그러나 여성은 남성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먼 하늘을 바라보거나 화면 밖 관객을 응시한다. 그림에선 정면의 얼굴로 표현된다.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약혼자들’(1868년)과 ‘정원에서’(1885년), 에드윈 롱의 ‘청혼’(1868년), 에두아르 마네의 ‘아르장퇴유’(1874년) 등 이 같은 작품은 적지 않다.

왜 이런 독특한 구도가 탄생한 것일까.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로 재직 중인 역사학자.

저자는 남녀가 등장하는 당대의 그림 130여 점을 꼼꼼히 분석했다. 우선 이를 ‘청혼의 구도’라고 명명한다. 그리고 빅토르 위고, 샤를 보들레르 등 당대 작가의 문학작품에도 이 같은 특징이 담겨 있음을 제시한다.

저자는 ‘청혼의 구도’에 담긴 사회문화적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림을 보면 ‘남성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남성 중심적이긴 했지만, ‘여성의 시선이 남성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이었다’는 점에서 여성이 주체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세기의 여성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능동적 주도적이었다. 남성의 성적인 시각에 끌려 다니지 않고 남녀 관계에서 주도적이었음을 의미한다. 19세기는 가부장적이고 여성 억압적인 시대였다는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것이다.”

당시의 화가들은 거의 모두 남자였다. 그들은 왜 이렇게 여성의 눈에 집착하면서 여성의 시선을 남성보다 당당하게 표현한 것일까.

계속되는 저자의 설명.

“사랑에 실패한 자신의 경험에 대한 고백이자 여성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찬양이라고 볼 수 있다. 남성의 권력으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불균형을 되잡으려는 창조적 노력이다.”

남녀의 사랑의 시선으로 19세기 사회 문화를 들여다본 책. 저자의 참신하고 흥미로운 접근 방식이 돋보인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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