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차수]모두가 문화를 즐기려면…

  • 입력 2005년 10월 1일 03시 03분


10월은 문화의 달이고 20일은 문화의 날이다. 해마다 문화의 날이 돌아오지만 그 의미를 알고 지내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것 같다. 이날 ‘문화헌장’이 발표되기 때문이다.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문화헌장제정위원회(위원장 도정일)가 1년여 동안 공들여 만든 문화헌장에는 문화의 기본 개념부터 국민의 문화 향수권과 정부가 해야 할 일까지 포괄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전문과 10개 항으로 된 헌장 중 핵심은 ‘기본 인권으로서의 문화적 권리’를 규정한 제2항. ‘시민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문화 활동을 전개하고 문화 창조에 참여하며 문화적 혜택을 향유할 권리, 여가를 누릴 권리, 알 권리와 말할 권리, 문화교육과 평생교육을 추구하고 자기 계발에 필요한 정보와 표현 매체에 접근할 권리, 시민의 문화적 삶에 영향을 주는 국가 정책의 결정과 그 집행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다.’

내용 면에서 보면 더 넣거나 뺄 것도 없다. 이대로만 이뤄진다면 국민의 문화 향수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 틀림없다. 남은 과제는 실천이다.

많은 전문가는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말한다. 문화가 삶의 질을 좌우할 뿐 아니라 상품 판매 등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문화가 시대의 화두로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창의(創意) 한국-21세기 새로운 문화의 비전’을 발표한 데 이어 올 7월에는 ‘문화강국(C-KOREA) 2010’ 전략을 공표했다. 국가적 문화 역량을 끌어올려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동안 국민의 문화 향수권 확대보다는 문화 예술인의 창작 지원에 치중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문화예술진흥기금이다. 문화관광부는 문예진흥원을 통해 해마다 문예진흥기금 수백억 원을 예술인과 문화단체에 지원해 왔다. 이 지원이 문학 미술 음악 연극 국악 등의 창작 수준 향상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창작자들을 위한 잔치’에 그쳤다는 지적도 있다. 해마다 미대생 2만여 명, 음대생 6000여 명이 졸업하지만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은 음악회 전시회 등에 수백 명도 모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연극, 오페라, 전시회 등을 한번도 감상하지 못한 국민이 상당수에 이르는데도 말이다.

이제 신경 써야 할 것은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 자체를 늘리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새로 출범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김병익)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문예진흥원이 32년 만에 민간법인체인 예술위로 바뀜에 따라 문화예술 지원정책을 민간 스스로 결정해 추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예술위는 ‘예술이 세상을 바꿉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국민 모두가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어야 이 슬로건이 실현될 것이다. 예술위는 이제 창작자들을 위한 나눠 먹기식 지원에서 벗어나 문화 소외 계층도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문예진흥기금 지원 방식을 바꿔야 한다. 특히 예술위는 현 정부 출범 후 친 정부 단체에 대한 지원 확대로 빚어졌던 ‘코드 논란’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문화 예술마저 정치 논리에 휘말리는 나라는 비문화적인 국가다.

김차수 문화부장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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