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男시선 잡아라” 美의 진화…‘아름다움의 발명’

  • 입력 2005년 10월 1일 03시 06분


◇아름다움의 발명/테레사 리오단 지음·오혜경 옮김/342쪽·1만5000원·마고북스

“잔주름이 살며시 자리 잡는 모습을 보면 정말 무서워요.” “시간은 작은 생쥐 같지요.”

“처음으로 흰머리를 발견했을 때는 어떻고요? 마치 다시는 봄이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 가을을 맞이하는 느낌이에요.” “여자에게는 단 한 가지의 비극만이 있어요!”

“늙는다는 건가요?” “남자를 잃는 것이지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여성들을 치장해 주는 ‘아름다움의 발명’. 그것은 페미니스트들의 주장대로 단지 남성들이 순진한 여성들을 억압하기 위해 고안해낸 도구였을까?

할인매장에서 브래지어를 사고, 한번 산 마스카라를 3년째 쓰고 있다는 저자. 그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여성 자신이 이 수많은 발명의 배후였다고 단언한다. “늘 두리번거리도록 태어난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끊임없이 교활하고 영리하게, 또 의도적으로 술책을 써온 것은 바로 여성이었다!”

그 정숙한 빅토리아 숙녀들은 왜 ‘버슬’(허리받이)을 받쳐 입었을까. 성적으로 볼 때 ‘유방을 뒤엎어 놓은’ 그 엉덩이를 왜 그리도 요란하게 치장했을까.

사람들이 가리는 곳이 바로 가장 보여 주고 싶어 하는 부분이라고 했던가. ‘의상이 여성의 가장 은밀한 생각의 표현이자 언어’(발자크)라면 대체 그 여성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매니큐어는 여성의 신체에서 순수하게 기능적인 손톱과 발톱을, 스쳐 지나가는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반짝이는 장신구로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노골적인 성의 상징인 립스틱을 바르는 행위는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제스처가 되었다’.(‘보그’지)

이제 아름다움은 타고나야만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인위적인 쟁취의 대상이 되었다. 오늘날 여성들은 인간뿐 아니라 자연까지도 속일 수 있게 되었다.

“여성들은 ‘아름다움의 병기’를 사용하면서 자신들의 권력을 키워 나갔다. 패션이라는 것은 실상 강한 자가 더 좋고 더 새로운 무기를 얻기 위해 벌이는 군비경쟁과 다를 게 없다.”

이 책은 여성들이 아름다움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들을 밀어 넣고, 잡아 뽑고, 비틀고, 쥐어짜는 데 사용했던 각종 장치와 약품들의 역사를 낱낱이 드러낸다. 뉴욕타임스의 특허 전문 칼럼니스트답게 저자는 아름다움이 만들어지는 현장, 과학과 패션 그리고 기업이 만나는 지점을 관심 있게 탐색한다.

그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덧 우리가 어떤 인간이었는지, 우리가 어떤 인간이 되고 싶어 했는지, 그 가시적인 자아를 만들어 가는 삶의 단면을 들여다보게 되지 않을까.

원제 ‘INVENTING BEAUTY’(2004년).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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