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자이며 미래학자인 피터 드러커가 쓴 자서전이다. 드러커는 서른 살이던 1939년에 낸 첫 저서 ‘경제인의 종말’ 이후 다수의 저서를 통해 시대를 앞서가는 경영철학과 미래사회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갖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1954년 낸 ‘경영의 실제’는 현대경영학의 교과서로 통한다.
남과 다른 생각으로 유명해진 저자의 이력답게 이 자서전도 통상적인 형식과 다르다. 경험을 나열하는 식이 아니라 살아오면서 자신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을 뽑아 이들에 대해 설명하는 식이다.
많이 배우지는 못했어도 지혜로워 인간이 가져야 할 예의를 깨우쳐 준 할머니, 참다운 교육자의 길을 제시한 초등학교 노처녀 선생님 같은 평범한 사람에서부터 심리학의 대가 프로이트, ‘타임’ ‘포천’ 등 잡지왕국을 건설한 잡지왕 헨리 루스, GM을 이끈 전문경영자 앨프리드 슬론에 이르기까지 직접 만나거나 책으로 접한 사람들을 시간순서로 서술했다.
이는 추상적인 관념보다는 ‘인간’ 그 자체에 관심이 많았다는 저자의 기질과 연결된다. 드러커는 스스로 관찰자의 기질을 타고났다 할 정도로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인생의 길목마다 만난 사람들에 대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단편적으로 존재하던 자신의 생각이 일정한 체계를 잡게 되었고 자신의 주변 세계와 내면세계를 제대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흥미로운 점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가 얼마나 인습에 순종적인지, 또는 얼마나 보수적인지, 아니면 지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지 등과는 상관없이 일단 그가 자신의 일이나 지식 흥미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매력적인 존재로 돌변하게 된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결국 개별적 존재다.’
그는 거대 정부와 거대 기업이 지배하던 때에 권한분산과 실험정신을 역설했다. 이 같은 철학은 바로 이런 다양한 인간에 대한 포용적인 시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책에는 전체주의가 세계를 지배하던 1930, 40년대에 청년 시절을 보낸 저자가 집중화와 획일화를 거부하고 상이성과 다양성을 강조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사고의 확장 과정이 소개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드러커가 평범함 속에서 대단함을 발견하고 대단함 속에서 허점을 발견하는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다. 평범한 인물에게서도 대단함을 발견하고, 대단한 인물에게서도 허점과 오류를 발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성공은 이처럼 ‘같은 사람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시선’에 있었던 것이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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