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하퍼 콜린스사에서 두 사람의 복잡한 연애 편력을 다룬 ‘마주 보고’(헤이젤 롤리 지음)란 책을 미국판과 유럽판으로 각각 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고 지난달 지난달 29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같은 책을 두 권으로 펴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두 사람의 저작권을 위임받은 사람들이 책에 대한 견해차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저자 롤리는 보부아르의 수양딸인 실비 르 봉 드 보부아르의 도움을 받아 사르트르의 미공개 편지들을 제공받았고 그 내용을 책에 소개했다.
하지만 사르트르 유산에 관한 모든 권리를 관장하는 아를레트 엘카임-사르트르는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그녀는 19세에 51세의 사르트르와 사귀었던 애인. 책의 내용에 반발한 아를레트는 출판사에 일부 내용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고심 끝에 출판사 측은 저작권법이 엄격한 유럽판에서는 문제의 내용을 삭제한 뒤 발간했고, 미국판에선 일부 표현만 바꾸어서 원안대로 펴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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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는 “이 책에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 담겨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 사르트르의 가장 깊은 내면을 보여주는 내용들”이라고 밝혔다.
그간 두 사람의 자유분방한 연애담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지만 이 책에는 51년간 이어진 이들의 ‘혼외정사(?)’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사르트르는 섹스 그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여자를 유혹하고 애정 공세를 펼치는 과정을 좋아했다. 특히 사르트르의 여자들은 대부분 그보다 나이가 훨씬 어렸고, 감정적으로나 재정적으로 그에게 크게 의지했다고 한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가 계약결혼을 시작한 시기는 1929년. 당시 사르트르는 서로 다른 사람과의 사랑을 허용하는 대신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털어놓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 결과 두 사람의 애정관계는 미묘하게 얽혀 갔다.
보부아르가 자신의 제자인 17세의 올가 코사키비츠와 동성애 관계를 맺자, 사르트르도 올가를 유혹하려 했다. 올가가 이를 거절하자 사르트르는 올가의 여동생 완다를 유혹했다.
보부아르가 자신의 또 다른 제자 비앙카 비넨펠트와 정사를 가진 뒤, 사르트르도 비앙카와 관계를 맺었다. 사르트르는 또 보부아르의 애인이자 제자였던 나탈리 소로킨을 유혹했고, 보부아르가 클로드 란츠만과 사귀자 사르트르는 란츠만의 여동생 이블린과 사귀었다.
이런 관계들은 때로 별 탈 없이 넘어갔지만, 때로는 눈물과 질투로 얼룩지기도 했다. 책에서는 사르트르의 애인 완다가 질투에 눈이 멀어 보부아르를 죽이기 위해 한때 총을 지니고 다닌 적도 있다는 일화도 소개돼 있다.
두 사람이 타계하자 이들의 이름을 상속받은 사람들끼리는 앙숙지간이 됐다. 60대인 실비와 아를레트는 파리에 살고 있지만 서로 말도 안 하는 사이다. 실비는 아를레트가 질투 때문에 사르트르가 그의 정부(情婦)인 레나 조니나에게 보낸 600쪽이 넘는 편지를 연구자들로부터 차단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현재 국립도서관에 보관 중인 이 편지들은 40년 동안 열람이 금지된 상태. 이를 두고 실비는 “사르트르가 편지에서 아를레트에 대해 험담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를레트 측은 “어쨌든 편지들은 지극히 사적인 것들로서 연구와는 별 상관이 없는 자료들”이라고 반박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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