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껍데기 속 선사시대 삶이… 조개문화재 특별전

  • 입력 2005년 10월 5일 03시 05분


조개는 그들에게 모든 것이었다. 조개는 물고기와 더불어 그들의 주식(主食)이었고, 조개를 먹기 위해 조개껍데기로 도구를 만들었다. 조개껍데기로 만든 화살촉으로 물고기를 잡았고, 예술적 감흥을 조개껍데기에 표현했다.

조개를 통해 선사시대 사람들의 일상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전이 열린다. 국립제주박물관이 10일부터 11월 27일까지 개최하는 ‘조개 제품을 통한 선사시대 문화의 재발견’전(064-720-8102). 한국과 일본 서남단 오키나와(沖繩) 지역의 선사 및 역사시대 조개 관련 문화재 600여 점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선사시대 조개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선사시대 보물창고, 패총=패총은 바닷가에서 수렵 어로생활을 하던 신석기인들이 먹고 버린 조개껍데기가 오랜 기간 축적되면서 형성된 유적이다. 무덤처럼 쌓였다 해서 조개무덤, 조개무지라고 부른다. 부산 영도구 동삼동 패총, 경남 통영시 산양읍 연대도 패총 등이 대표적.

패총에선 토기, 뼈로 만든 연장, 생선 뼈 등 각종 생활 유물이 많이 발견된다. 조개껍데기가 토양을 알칼리성으로 만들어 생활 유물이 훼손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석기인들에겐 쓰레기장이었지만 후세의 고고학자에겐 보물창고인 셈이다.

▽장신구에서 도끼까지, 다양한 조개 제품=신석기인들이 조개로 만든 물건은 다양하다. 우선 주전자 수저(또는 국자) 접시 등 조개로 만든 온갖 식기(食器)가 발굴됐다.

장신구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을 불문하고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것은 조개 팔찌. 오키나와에선 패찰(貝札) 또는 패부(貝符)라고 부르는 일종의 부적인 조개 호신부도 발굴됐다.

1970년대 부산 동삼동 패총에서 발견된 얼굴 모양의 조개(사진)도 흥미롭다. 조개껍데기에 눈과 입을 표현해 사람의 얼굴을 형상화한 것. 당시 종교 의식에 사용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신라에서는 오키나와의 조개를 수입해 무덤 부장품을 만들기도 했다. 경북 경주시의 신라 황남대총이나 금관총에서 나온 조개 마구(馬具)가 대표적인 사례다.

제주박물관의 이진민 학예연구사는 “그동안 조개는 빗살무늬토기 등에 비해 주목을 별로 받지 못했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옛 사람들이 이렇게 다양한 조개제품을 만들어 사용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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