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3인조 그룹 에픽하이 3집 ‘스완 송스’ 발표

  • 입력 2005년 10월 5일 03시 05분


4일 3집 ‘스완 송스’를 발매한 3인조 힙합 그룹 ‘에픽하이’ 멤버들. 왼쪽부터 타블로, DJ 투컷츠, 미쓰라 진. 신원건 기자
4일 3집 ‘스완 송스’를 발매한 3인조 힙합 그룹 ‘에픽하이’ 멤버들. 왼쪽부터 타블로, DJ 투컷츠, 미쓰라 진. 신원건 기자
《“힘들죠?”

세 명의 청년은 입을 모아 답했다.

“우리 타락했어요. 타락했다고 느낄 만큼 힘들어요.”

3일 낮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3인조 힙합 그룹 ‘에픽하이’.

“웬 타락?”이라고 질문할 틈도 없이 그들은 4일 발매된 3집 CD를 건넸다.

‘스완 송스’라 적힌 음반 사진에는 아기 천사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뭔가 수상하다.

1시간 반 동안 그들은 자신들의 현재와 미래를 뜨겁게 얘기했다.》

○ 코드명 1… 타락 천사

▽타블로=3집 만들면서 몸이 아파 수시로 병원을 드나들었는데 어느 날 문득 ‘내가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초심에서 너무 멀리 떠나왔다는 느낌이 들었죠. 우린 여전히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애들이라고 생각하는데….

▽DJ 투컷츠=그래서 차라리 ‘좋다. 우리 타락했다’라고 인정했죠. 하지만 우리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부러진 날개, 타락한 모습으로도 충분히 날 수 있다’라고 외쳤죠. 그 외침이 3집에 담긴 셈이에요.

타블로(25), 미쓰라 진(22), DJ 투컷츠(23)로 구성된 ‘에픽하이’의 3집에는 자신들의 음악과 장르에 대한 한계 인식, 그리고 연예인으로서의 고민이 담겨있다. ‘힘들죠’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타이틀 곡 ‘플라이’는 그 질문에 “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위로의 곡이다. 이 밖에 ‘듀스’의 전 멤버 이현도와 ‘러브홀릭’의 여성 멤버 지선이 참여한 ‘파리’, 모던 록 밴드 ‘넬’의 김종완이 보컬로 참여한 ‘렛 잇 레인’ 등 16곡 모두 흥겨운 힙합 리듬에 애처로운 멜로디가 얹혀 있다.

○ 코드명2… 백조의 노래

▽미쓰라 진=우리더러 사람들이 많이 변했대요. 래퍼가 시트콤이나 쇼 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예전 ‘에픽하이’ 같지 않다고요. 하지만 그로 인해 저희는 인지도를 얻었어요. 그 인지도를 갖고 사람들에게 힙합 음악을 널리 알린다면 좋은 일이죠. 다만 음반만큼은 ‘연예인’이 아닌 ‘랩 그룹 에픽하이’로 만들었죠.

2년 전 미국 스탠퍼드대 영문학 석사 출신의 타블로가 래퍼 미쓰라 진과 클럽 DJ인 DJ 투컷츠를 만났다는 소식은 화제였다.

석사 래퍼가 쓴 가사에는 사회에 대한 욕설 대신 비유와 은유가 자리 잡았다. 욕을 해야 멋져 보이는 기존의 랩 문화에 이들의 등장은 한국 힙합음악의 대안처럼 여겨졌다.

그런 이들에게 ‘스완 송’은 무엇일까.

▽타블로=백조가 부르는 마지막 노래처럼 아름답고 싶어요. 유작이 ‘구린’ 건 싫거든요. 3집은 우리의 종착역이에요. 4집은 없어요. 우리의 미래는… 여러분들에게 달렸습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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