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스릴러라는 장르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영화 ‘리플리스 게임(Ripley's Game)’은 철학적인 질문을 품고 있다. 잔혹하게 사람을 살해한 직후 이카루스 조각상을 바라보며 그 예술성에 감탄하는 리플리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첫 장면부터 영화는 혼란스러운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본성은 선과 악으로 구분 지을 수 있는가.’
소심한 조나단이 어느새 살인을 즐기고, 조나단을 갖고 놀던 리플리가 어느 순간 조나단의 수호천사를 자처하면서 그에게 매인 몸이 된다. 영화는 자신의 이미지를 스스로 배반하는 인물들을 통해 인간사회의 도덕률에 의문을 던진다. 살인과 예술도, 완벽함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 경계조차 모호한 게 아니냐는….
곳곳에서 행동과 결심의 동기가 모호하고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는 건 도발적인 이 영화의 문제의식이 영화 속 디테일들을 잡아먹어 버린 탓이다. 그럼에도 권태와 냉소, 아주 약간의 온정이 섞인 존 말코비치의 표정만으로도 본전은 건질 영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리플리’ 시리즈(총 5편) 중 세 번째 작품을 영화화했다. ‘비엔나 호텔의 야간배달부’를 연출한 이탈리아 여성 감독 릴리아나 카바니의 작품. 7일 개봉. 15세 이상.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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