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뮤지컬을 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이 봐도 무리가 없을 만큼 대중적인 취향의 소극장 뮤지컬이다.
여주인공은 청각을 잃고 말을 못하는 희곡작가 이민아. 그녀의 삶에 ‘꽃미남’ 톱스타 배우인 장재혁이 뛰어든다. 장재혁이 연극 연출에 도전하면서 이민아와 작업을 하게 된다. 둘 사이의 로맨스가 막 싹트는 순간, 파파라치에게 두 사람의 데이트 장면이 들키는 등 우여곡절을 겪지만 결국 두 사람은 사랑을 이룬다.
특별히 유명한 배우가 출연하지도 않고 뻔하디뻔한 전개의 해피엔딩임에도 이 뮤지컬은 조금씩 입소문을 통해 젊은 관객들을 모으고 있다. 31세의 젊은 연출가 성재준은 데뷔작임에도 비교적 매끈하게 작품을 만들어냈다.
극중에서 여주인공이 ‘말을 못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 작품은 ‘상상의 공간’을 활용한다. 민아는 자신의 희곡대본 속에 등장하는 네 명의 남녀 캐릭터를 상상속의 친구로 삼아 이야기를 나누는 방법으로 관객들에게 속마음을 전달한다. 또 민아가 쓰는 대본 내용이 ‘극중 극’ 형식으로 펼쳐져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줄거리에 악센트를 준다.
이렇게 ‘극중 극’의 내용이나 민아의 ‘내숭 떠는’ 행동이 관객에게 웃음을 주기 충분함에도 이 작품은 ‘끊임없이 관객을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마치 ‘30초 만에 한번은 웃겨야 한다’는 TV시트콤의 ‘웃음의 룰’처럼. 필요 이상 등장하는 말장난이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욕설의 사용은 경쾌한 작품을 되레 경박하게 만드는 요인인 듯하다.
배우들은 대체로 고른 기량을 펼쳤고 특히 사랑스러우면서도 쾌활한 민아 역을 잘 소화해 낸 한애리를 주목할 만했다. 23일까지 PMC 대학로 자유극장. 화∼금 7시 반. 토 4시 7시, 일 3시 6시. 3만원. 02-745-8288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