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한 성당 多신부’ 공동사목제 시범 운영

  • 입력 2005년 10월 7일 03시 10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지역에서 공동사목을 맡게 된 신부들. 이들은 6일 성당 앞에서 손을 맞잡고 교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팀사목을 해나갈 것을 결의했다. 왼쪽부터 장혁준, 차원석, 오세만 신부.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서울 강서구 화곡동 지역에서 공동사목을 맡게 된 신부들. 이들은 6일 성당 앞에서 손을 맞잡고 교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팀사목을 해나갈 것을 결의했다. 왼쪽부터 장혁준, 차원석, 오세만 신부.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하나의 성전(聖殿)에 여러 명의 사제가 연대책임을 지는 공동사목을 펼치기로 했다. 이는 신자 증가율 감소, 성당에 자주 나오지 않는 냉담자의 증가 등 오늘날 천주교가 처한 문제점들은 대부분 교회가 대형화함에 따라 사제와 평신도 간의 인격적 만남이 어려운 데서 비롯됐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서울대교구가 시행하는 공동사목은 여러 성당이 하나의 성전을 함께 사용하는 ‘하나의 성전, 다(多) 성당 신부’ 형태. 대형 성전을 갖고 있거나 성전 신축을 통한 성당 분할이 힘든 지역에 적합한 사목방식이다. 공동사목 신부들은 팀사목을 통해 기존 성전과 시설물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관할구역에 대해서는 독립적 사목권한을 갖게 된다.

지금까지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조성될 경우 관할 신자 수가 기존의 성당에서 수용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면 인근 지역에 성당을 신설해 신자들을 분할하고 사제를 따로 두어 사목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성당을 신축할 경우 신축봉헌금 등이 신자들에게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공동사목제를 도입하게 되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성당 신축 없이 성당의 소규모화가 이루어져 사제와 신자 간의 만남이 쉬워지고 교회와 지역 간의 유대가 긴밀하게 되어 교회의 공동체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 나원균(서울대교구 기획조정실장) 몬시뇰은 “모든 사목활동이 평신도 삶의 현장에서 이뤄지므로 사제와 평신도 간의 인격적 만남이 자주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교구는 최근 화곡본동 오금동 장안동 등 3곳의 성당을 모태로 공동사목 성당 8곳(기존 성당 포함)을 신설하고 성당별로 주임신부를 임명했다. 신설 8개 성당은 △화곡본동 화곡6동 신월1동 성당 △오금동 방이동 오륜동 성당 △장안동 장안4동 성당이다.

성당 한 곳에 사제관이 주임신부 수에 따라 2, 3개 들어서며 행정, 선교 지원, 사제집무를 위한 지역사목센터도 함께 늘어난다. 성당 한 곳에 문패도 2, 3개 붙는다. 서울 화곡본동 성당 차원석 주임신부는 “다른 신부 2명이 더 와서 지역을 나눠 맡기 때문에 이제 신자들을 좀 더 자세히 돌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화곡 지역의 경우 공동사목제가 시행되면서 일요일 오전 7시 반과 평일 오후 7시 반 미사가 신설된다. 신자들은 어느 미사를 보아도 상관없으나 헌금은 성당별로 봉투 색깔을 달리해 내고 성당별로 별도로 취합된다. 성당별로 재정을 달리 하기 때문이다.

서울대교구는 올해 중 8개 공동사목 성당을 시범 운영하는 한편 내년 초 이를 확대하기 위해 31개 성당을 대상으로 성당 분할 및 공동사목에 관한 의견을 묻는 기초조사에 들어갔다. 대상이 되는 성당은 △신자 수 7000명 이상 △구역주민 10만 명 이상이면서 복음화율 5% 이하 △성당 간 거리가 멀고 복음화율이 낮은 성당 등이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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