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온천에 몸 담그면 시간마저 멎는다… 日나가노현 시부

  • 입력 2005년 10월 7일 03시 12분


시부 온천에서 가장 유서깊은 400년 역사의 료칸(여관) 고쿠야의 ‘노텐부로’(노천온천탕). 나가노=조성하 기자
시부 온천에서 가장 유서깊은 400년 역사의 료칸(여관) 고쿠야의 ‘노텐부로’(노천온천탕). 나가노=조성하 기자
일본의 상징. 후지 산, 사무라이, 도요타와 소니, 지진, 스시, 우동, 기모노, 게이샤, 스모, 샤미센(악기), 다다미, 히노마루(국기), 애니메이션…. 그러나 기자에게 일본의 상징은 온천이다. 지구상에 이렇듯 온천탕이 많고 자주 온천욕을 즐기는 곳. 일본뿐이다.

화산섬 일본. 이곳에서 지진을 재앙이라면 온천은 축복이다. 온천수에 담긴 것은 뜨거운 지열 만이 아니다. 미네랄도 있다. 다양한 성분만큼 효과 또한 풍성한 온천. 그 물로 병을 고치는 ‘탕치(湯治)’는 이래서 시작됐다.

온천의 나라 일본 열도의 중심에 자리 잡은 나가노(長野) 현을 찾았다. ‘저팬 알프스’로 불릴 정도로 산악을 거느린 고장. 1000∼3000m급 산악에 둘러싸여 있으며 1998년 동계올림픽이 이곳에서 열렸다.

노자와, 유다나카, 시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이 온천들. 모두 나가노다. 유다나카와 시부는 ‘한 지붕 두 가족’이다. 야마노우치 정에 붙어 있다. 위치는 현 북쪽 시가 고원의 아래쪽. 스키장 28개가 포진한 거대한 시가, 스키장 4개의 기타시가. 이 두 고원의 초입이다.

수많은 일본 온천마을. 그중에서도 얇은 유카타(浴衣) 차림의 휴양객을 길가에서 볼 수 있는 곳은 드물다. 그러나 시부는 그런 곳이다. 1300년 역사를 가진 이 마을. 첫인상은 ‘고풍스러움’이다. 산 아래 개천을 따라 작은 온천장들이 경사진 골목길로 이어진다. 골목 안은 타임머신을 타고 50∼60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하다.

화려한 기모노 차림의 게이샤가 종이우산을 받쳐 들고 키 낮은 지붕의 돌바닥 골목길을 한가로이 거닌다. 유카타 차림으로 상점을 기웃거리며 오미야게(선물)를 고르는 휴양객들. 낡은 미닫이문의 덜거덕거림이 정겹게 들리는 유서 깊은 공중탕. 산동네 온천마을은 모든 것이 예스럽다.

온천욕장은 두 종류다. 우리 목욕탕식의 공중탕, 아니면 료칸(旅館)의 대중탕이다. 료칸은 일본 전통 숙박장이다. 우리 여관과 다른 것은 1박 2식의 식사 제공. 그래서 숙식비를 사람 수대로 받는다. 부부가 한방에 묵더라도 숙식비는 2명 몫을 낸다.

‘오카미(女將)’도 료칸만의 문화로 음식 침구 실내장식 등 서비스를 지휘하는 총지배인이다. 오카미는 료칸의 명성을 좌우하므로 딸이나 며느리가 대물림한다.

1300년 역사의 시부온천 골목길을 기모노 차림으로 걷는 일본 여인들. 나가노=조성하 기

○ 료칸 ‘오카미’ 딸이나 며느리가 대물림

시부의 골목길에는 온천탕(공중탕) 9개와 료칸 36개가 붙어 있다. 그중 명물이라면 가나구야(金具屋)와 ‘고쿠야(古久屋)’라는 료칸이다. 가나구야는 미야자키 하야오 씨의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료칸의 모델(목조 4층 건물)이 된 곳이다. 고쿠야는 400년 전 창업 이래 16대를 대물림한 료칸. 이곳의 대물림은 영업권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치자에몽’이라는 주인 이름도 대대로 사용한다. 이런 전통을 지켜 오는 료칸이 시부에는 여덟 개나 된다.

고쿠야의 실내로 가 보자. 400년 전 건물의 부족한 공간은 집을 잇대어 짓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부 통로는 미로다. 그 끝에 바닥을 유리로 막은 부분이 보인다. 온천수가 샘솟는 지하 온천공이 들여다보인다. 창업 당시 개발한 온천수 용출공이다. 이런 온천공은 총 6개. 온천수는 각각 성분도 달라 온천 여섯 개가 료칸 한곳에 모인 격이다.

시부에 오면 일본인이 꼭 하는 것이 있다. ‘데누구이(巡浴祈願)’라는 온천 답사다. 골목길에 있는 온천(공중탕) 아홉 곳을 차례로 돌아보는 것이다. 각각 효능이 다른 온천수로 몸을 다스리며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아홉 탕의 이름이 인쇄된 하얀 천(300엔)이 입장권이다. 그 수건에 온천탕마다 스탬프를 찍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골목 안 온천사(불교사찰)에 들러 약사여래에게 기도를 드린다.

○ 노천욕 즐기는 야생 원숭이

명물이 또 있다. 온천증기 피어 오르는 ‘지고쿠다니(地獄谷)’라는 계곡에서 노천욕을 즐기는 원숭이가 사는 공원을 찾는 것. 일본원숭이는 원숭이 가운데 유일하게 추운 지방에 산다. 40년 전 아기 원숭이 한 마리가 마을로 내려와 노천탕에 들어가는 모습을 본 주민이 이 계곡에 노천탕을 만들어 준 게 계기가 됐다. 이후 눈 내리는 계곡의 노천탕에서 온천욕하는 원숭이들이 미국의 사진잡지 ‘라이프’ 표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현재 200여 마리가 계곡에서 사람의 보호를 받으며 살고 있다. 계곡에서는 고온고압의 온천수가 수직 10m 높이로 솟구치는 장관도 볼 수 있다. 시부의 최초 원천공인 이 물기둥은 천연기념물이다.

○ 여행정보

◇찾아가기 △나가노 현=주부공항(아이치 현 나고야), 고마쓰공항(이시카와 현), 니가타공항에서 버스로 2시간 30분∼4시간 거리. △유다나카·시부온천=나가노역↔유다나카역 전철로 50분. 요금 1230엔.

◇문의 △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www.jnto.or.kr)=02-732-7525 △야마노우치 마치 (www.info-yamanouchi.net)

○ 패키지여행 상품

시부온천과 에도풍의 오부세 마을을 여행하는 2박 3일 상품(94만 원)을 투어엣(www.tourat.com)에서 판매 중. 1588-0074

나가노=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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