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는 어떻게 이만큼 친해지게 됐을까.
어쩌면 관계 맺기는 인생에서 제일 어려운 일 중 하나일지 모른다. 새로 이사 간 데서 친구를 사귈 때, 마음에 둔 이성에게 만남을 청할 때, 데려온 강아지와 친해지고 싶을 때 우리는 설레면서도 겁이 난다.
안미란(35) 씨는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 ‘너 먼저 울지 마’ 등의 장편동화로 좋은 평을 받은 작가다. ‘너만의 냄새’는 그의 첫 동화집이다. 안 씨는 이사 간 곳에서 좀처럼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고 애를 태우다가, ‘관계를 맺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다고 했다. 그래서 ‘너만의 냄새’에 묶인 7편의 작품은 모두 관계 맺기에 대한 이야기가 됐다.
표제작은 철천지원수라는 고양이와 쥐가 마음을 열어 가는 내용이다. 쥐돌이의 보금자리에 누가 누워 있나 보니 다리 다친 고양이다. 옴짝달싹 못하는 고양이 앞에서 쥐돌이는 빵도 먹고 생선도 먹으면서 약을 올린다. 그런데 어쩐지 고양이가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만히 보니 새끼를 뱄나 보다. 엄마 쥐가 동생을 뱄을 때 얼마나 먹을 걸 탐했는지 생각난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건네준다.
관계는 그렇게 시작된다. 아픈 이가 아픈 이를 알아본다고, 상대방의 심정을 제 것에 빗대 이해하면서 마음이 열린다. 먼 줄만 알았던 둘의 거리가 좁혀진다. 그래서 쥐돌이가 관계 맺은 고양이의 냄새는, 많고 많은 고양이의 소름 끼치는 냄새가 아니라 ‘너만의 냄새’다.
‘나무 다리’에서 아이와 엄마, 구두쇠 이웃 할머니, 트럭 운전사 아저씨가 서로 마음을 여는 순간은 서로에게 어색하고 서투르다. 하지만 처음엔 좀 힘이 들어도 한번 맺은 관계는 따뜻하게 이어진다.
‘서울 아이’에선 서울에서 온 아이와 시골 아이들이 싸우기도 하고 화해도 하면서 서로를 알아간다. ‘담장 하나’에서 서로 피하기만 하던 우리 할아버지와 옆집 할아버지는 목욕탕에서 알몸으로 만나게 된다. 이야기들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결국 얼마나 좋은 일인지 알려 준다.
안 씨가 다루는 것은 편모 가정, 독거노인, 달동네 등 소외되고 가려진 곳 사람들의 이야기다. 작가는 어쩌면 냉정하게 보일 수도 있는 현실 세계의 부분 부분을 매우 서정적으로 묘사한다. ‘아기 모자처럼 감꼭지를 눌러 쓴 땡감’(‘나무 다리’), ‘도화지를 민아 그림자 모양으로 오려낸 것처럼 민아만 빼고 빛에 휩싸였다’(‘서울 아이’) 등이 그렇다. 이런 섬세한 문장이 이 동화집의 특징이고 좋은 점 중 하나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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