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를 완성해(U complete me)”, “떼돈 벌게 해 줘(Show me the money)”와 같은 대사로 먼저 기억되는 영화다. 언뜻 애 딸린 이혼녀와 매력적 독신남의 로맨스로 환기되지만 실상 이 영화는 현실에 대한 신랄한 시선을 담고 있다.
성공만을 위해 돌진하던, 그러니까 우의나 진심처럼 돈 안 되는 것에는 전적으로 무심했던 한 남자가 덜컥 대의를 내세우며 회사에 사표를 낸다. 잘나갈 땐 친구이길 자청했던 동료들이 일순간 냉랭한 타인으로 변모하는 그 장면에서 ‘제리 맥과이어’는 프로페셔널이라고 부르는 시장의 냉혹함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아무도 뒤돌아보지 않는 절박한 그 순간에 바보 같은 한 여자만 그의 뒤를 따르니, 그녀가 바로 르네 젤위거.
톰 크루즈라는 막강한 배우가 출연했지만 오히려 영화를 보는 재미는 기대하지 않았던 두 배우의 발견에서 배가된다. 젤위거와 쿠바 구딩 주니어가 바로 그들.
이제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통해 크루즈보다 어떤 점에서 더 중요한 배우로 평가받는 젤위거는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의 시선과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다.
특히 크루즈와의 데이트 후 대문 앞에서 헤어지는 장면은 그녀만의 독특한 아우라로 망설임의 눈빛을 발산해내는 데 조금도 손색이 없다.
상업과 전략의 논리가 아니라 누군가를 믿고 의지하면서 이루어 내는 성과의 세계, 어쩌면 너무나 이상적이고 따뜻하기에 제리 맥과이어의 성공이 눈물겨운 감동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현실은 늘 생각보다 팍팍하니까. 1997년 작. ★★★★(만점은 별 5개)
◆ 페이스 오프〈MBC 밤 12:00〉
수식어가 필요 없는 존 우(우위썬) 감독의 영화. 그는 ‘첩혈쌍웅’ ‘영웅본색’ 등 숱한 홍콩 누아르 영화를 통해 폼에 죽고 폼에 사는 남자들의 삶을 보여 준 감독. 그가 할리우드의 자본을 토대로 홍콩액션을 보여 준 세 번째 작품. 얼굴의 외피를 뜯어 이식한다는 발상 자체가 재미있다. 누가 악이고 선인지 쉽게 구분되지 않는 존 트래볼타와 니컬러스 케이지의 연기를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다. 원제 ‘Face Off’(1997년). ★★★
강유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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