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PIFF)를 위해 부산을 찾은 프랑스의 거장 장 자크 아노(62·사진) 감독의 말이다. 7일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만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관심사는 오로지 여자와 그리스 역사, 딱 두 가지뿐이었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PIFF 오픈시네마 부문에서 상영되는 그의 신작 ‘투 브러더스’는 어릴 때 헤어져 인간의 억압을 받던 형제 호랑이가 다시 만나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정글에 있는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따뜻한 이야기. 세계적 히트를 기록한 ‘베어’(1988년)에서 곰을 다룬 데 이어 이번에도 인간에 대항해 자유를 찾는 동물의 이야기다.
“아시아는 동물을 세계와 자연, 인간의 일부로 여기지만 서구에선 인간 안에 있는 동물적 본성을 부인하는 문화를 지켜왔어요. 인간 안의 동물성, 동물 안의 인간성을 발견하는 것이 내 관심사예요.”
아노 감독은 유럽과 할리우드 사이에서 흥미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는 감독. 대학에서 역사와 영화를 전공한 그는 ‘불을 찾아서’(1981년) ‘장미의 이름’(1986년) ‘연인’(1992년) ‘티벳에서의 7년’(1997년) ‘에너미 앳 더 게이트’(2001년) 등의 영화를 통해 유럽의 예술성과 할리우드의 상업성을 유전자 결합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숀 코너리, 주드 로, 브래드 피트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과 작업한 그의 느낌은 어떨까.
“그들 역시 할리우드라는 ‘공장’의 희생자죠. 늘 똑같은 걸 보여줘야 하니까요. 할리우드 영화에 지겨워하는 건 관객만이 아닌 셈이죠.(웃음) 그래서 할리우드 스타들은 때론 새로운 걸 찾습니다. 숀 코너리나 브래드 피트도 출연하겠다고 먼저 연락을 해 왔죠.”
그는 ‘상업성으로 유럽 예술영화의 정통성을 훼손했다’는 프랑스 평단의 비판에 대해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줬다.
“프랑스에선 몇몇 유명 비평가들이 자기들끼리만 알아보는 암호 같은 평론을 쓰죠. 정말 재미없는 영화를 명화라고 치켜세우고 관객에겐 관심도 없어요. 문제는 그들이 힘을 갖고 있다는 거죠. 저와 절친한 ‘르몽드’지의 대표는 아주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나면 극장을 나설 때 이런 생각이 든다고 하더군요. ‘아, 이제 우리 신문에서 이 영화를 끔찍하게 난도질하겠군.’”(웃음)
그는 “10년 전만 해도 홍콩과 대만이 주도하던 아시아 영화는 이제 한국의 역동적인 영화가 이끌고 있다”며 “일본 사람들은 지나치게 엄숙하고 중국 사람들은 지나치게 정신이 없는데, 한국 사람들은 딱 그 중간인 것 같다”며 웃었다.
부산=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