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같은 이야기는 항상 드라마 소재로 끊임없이 재생산돼 왔다. 7일 종영된 ‘여왕의 조건’ 후속으로 10일부터 방영되는 SBS 일일아침 드라마 ‘들꽃’(극본 정지우·연출 조남국)도 같은 케이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이순정의 삶은 처절하다. 생모는 오래전 가출했고 배다른 동생 세 명에, 집 나갔던 아버지가 돌아와 새로 맡긴 어린 동생까지…. 순정은 가난한 환경에서 부모를 대신해 가장 노릇을 하며 억척스럽게 살아간다. 1970년대 신파조 시대극에서나 볼 듯한 인물이 21세기 아침드라마에 부활한 것.
순정은 동생 은정(임성연)의 결혼상대자 집안과 상견례를 하는 자리에서 결혼에 목숨을 걸고 있는 은정에게 촌스럽다며 면박을 당한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소식도 없던 아버지가 7세짜리 아이를 데리고 나타났다. 마침 막내 동생이 사고를 쳐 파출소에도 가야 한다.
여기까지는 약과. 순정이 사랑했던 남자는 순정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그녀를 떠나가고 여기에 우연찮게 기억을 잃어버린 노숙자까지 맡아 보살피게 된다. 극한의 상황이다. 하지만 순정은 동화 속 주인공처럼 가족을 사랑하며 밝게 살아간다.
억척녀 순정 역은 MBC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의 언니로 열연한 탤런트 이아현(33)이 맡았다. 자신도 조금 현실감이 없다고 느낀 것일까? 이아현은 드라마 제작 발표회에서 “휴먼 다큐멘터리를 보면 남을 위해 사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지 않는가”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무엇일까? 하늘이 착한 순정을 돕는 게 순서. 동화처럼 왕자님이 나타난다. 왕자님은 다름 아닌 순정이 보살폈던 노숙자 정현준(선우재덕). 그는 의류회사 ‘성진어패럴’의 사장이자 ‘재벌’. 성진어패럴의 하청업체는 순정이 몸 바쳐 일하는 직장이다. 둘은 이성으로 호감을 갖기 시작한다.
착한 순정에게 선물 하나 더. 순정을 버렸던 전 애인 박민규(김정학)도 다시 순정을 찾고 사랑을 속삭인다. 또 하나의 드라마 코드인 ‘삼각관계’의 등장이다.
‘가장 전형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대중문화의 성공법칙이 이번에도 통할까? 판단은 시청자들의 몫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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