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필을 이끌고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11월 7, 8일 내한 연주회(금호문화재단, 동아일보, SBS 주최)를 갖는 래틀 경을 7일 뉴욕 맨해튼의 EMI 사무실에서 만났다.
연인인 막달레나 코제나(32) 씨의 오페라 공연 때문에 뉴욕에 머물고 있다는 그는 “요즘 아빠 역할(그는 3월 코제나 씨와의 사이에서 늦둥이를 봤다) 때문에 너무 바쁘다”며 연방 싱글거렸다.
―베를린필은 21년 만에 다시 한국 공연을 갖습니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 관객들이 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들어 기대가 큽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다양한 음악을 들려 주고 싶어요. 하이든 교향곡부터 20세기 말 음악까지 들어 있습니다. 프랑스 음악도 있습니다. ‘영웅’에 대한 주제도 다뤄집니다.”
―흔히 베를린필은 세계 최고의 앙상블로 평가됩니다.
“저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면 베를린필이 저를 그냥 놔두지 않을 겁니다.(웃음) 우선 기교가 최고입니다. 베를린필을 처음 연주할 때의 느낌을 잊을 수 없어요. 땅이 열리면서 밑에서부터 거대한 사운드가 파도처럼 몰려오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젊은 오케스트라입니다. 20대 연주자가 많습니다. 그러나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은 사운드의 깊이입니다.”
―베를린필을 맡은 지 3년이 됐습니다. 이제 ‘래틀 사운드’가 형성됐을 법도 한데요.
“저는 좀 다양한 음악을 연주하려고 했습니다. 시대적으로도 초기음악에서 최근 음악까지. 저는 베를린필이 이전보다 더 유연성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영국 출신으로 독일 음악계의 중심에 있는 느낌은 어떤가요.
“음악에서 영국인은 항상 열등감에 시달렸지요. 독일이 영국을 향해 ‘음악이 없는 나라’라고 부르기도 했지요.(웃음) 베를린은 열려 있는 도시입니다. 베를린필도 국적을 불문하고 최고만을 뽑습니다. 그래서 19개 국적의 단원들이 있지요. 개인적으로 저를 ‘신규 이민자’라고 생각합니다. 이민자는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기 때문에 뭔가를 기여합니다. 물론 그래서 독일어를 망쳐놓기도 하지만….(웃음)”
―좋은 지휘자가 되기 위한 덕목이 있다면….
“무한한 호기심이 있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들어야 하고 끊임없는 독서가 필요합니다. 브람스가 학생들에게 ‘매일 연습을 한 시간씩 덜 하고, 그 시간에 책을 한 권 더 읽으라’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음악에서 완벽한 테크닉만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세상을 더 이해하려고 할 때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저는 지금 나이가 오십인데 여전히 초보입니다. 아직도 배울 게 많아요.”
―클래식음악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금 주변을 살펴보면 너무나 다양한 음악이 많지요. 이런 것들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에게 음악을 가르쳐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음악과 정면으로 마주치게 해야 합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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