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세명이 쓴 세계사…3년간 준비 ‘비단길에서…’ 출간

  • 입력 2005년 10월 10일 03시 00분


왼쪽부터 정은주 박미란 백금희 씨. 박영대 기자
왼쪽부터 정은주 박미란 백금희 씨. 박영대 기자
‘386주부’ 3명이 3년간의 공부와 토론 끝에 쓴 청소년을 위한 세계사책. ‘우리의 눈’을 강조하는 데서 ‘386’다움을, ‘나만의 공간’을 부르짓는 데서 주부의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었다.

392쪽의 ‘비단길에서 만난 세계사’(창비)란 책을 펴낸 주부 정은주(43) 박미란(41) 백금희(39) 씨. 대학과 문화센터 선후배 사이이자 초등생 아이 둘씩을 두고 있는 이들 주부는 자녀에게 읽힐 역사책을 찾다 아예 책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책에 관심이 있는 주부라면 아이들에게 읽힐 만한 세계사책이 없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서유럽 혹은 중국 중심의 사관, 연대사별 서술 때문이지요.”(정 씨)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책을 쓴다는 것은 주부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집안일과 분리하기가 쉽지 않아 ‘작업’을 위한 공간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매주 한두 번씩 만나 자료 찾기와 토론을 거듭했다. 자신이 맡은 부분의 발제와 글쓰기를 해 오지 않으면 ‘진도’가 나가지 않아 모임 자체가 채찍질이 됐다.

“오후 10시 아이들이 잠들면 책상으로 달려갔어요. 남편과 아이들이 출근과 등교한 직후에도 마찬가지였고요. 이불이 널브러져 있고 설거지통에 그릇들이 쌓이고 빨래가 발에 채여도 눈 딱 감고 책 쓰기에 매달렸습니다.”(박 씨)

“혼자였으면 책 쓰기를 마무리하지 못했을 겁니다. 자기 통제력을 아무리 발휘해도 대한민국 주부가 이 같은 책을 혼자 써내려 가기란 불가능합니다.”(백 씨)

이 주부들은 비전문가가 쓴 그저 그런 책이란 얘길 듣지 않으려고 엄청 공부했다. 그러다보니 책에 담지 못한 비단길 얘기가 너무 많단다.

이들은 “청소년용 교양서를 계속 쓰고 싶다”며 “앞으로도 주부 세 명이 힘을 보탠 공동 연구의 결과물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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