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신간소개]백수의 월요병

  • 입력 2005년 10월 10일 18시 17분


술과 사람을 좋아하고 20여년 무던히 한 직장에 다니던 40대 가장. 졸지에 실업자가 돼 1년여 백수생활 속에서 겪고 느낀 그의 진솔한 이야기가 우리 곁에 다가왔다.

‘드디어 돼지저금통을 털었다. 기분 한번 정말 더럽다. 아내는 전혀 모른다. ‘쪽팔려’ 말할 수도 없다. 아이에게 준 용돈도 회수하여 다 썼다. 동전을 가득 채운 가방이 너무 무겁다. 백주 대낮에 은행에서 저금통을 털어 잔돈을 바꾸는 후줄근한 40대 후반의 이 남자는 누구인가. 구멍가게 주인인가, 좀스런 바늘도둑인가, 그나마 동전이 눈에 띄기만 하면 저금통에 넣어둔 게 다행이다. 아이들도 모른다. 가장 먼저 ‘디스’를 산다.’

친구들과의 술 약속에 갈 교통비가 없는 저자의 눈에 들어온 돼지저금통.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어쩔 수 없는 생활고 때문에 내 아내가 노래방 도우미를 한다면? 자존심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것처럼 절박한 현실적인 문제가 없을 테니까. 그런다면 어쩔까? 모르겠다, 정말 사는 게 뭔지 모르겠다.’

꾀복쟁이(죽마고우) 친구가 위로주를 사준다며 데리고 간 노래방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당신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는 아내의 말에 속으로 찔려서 움찔움찔했다. 아빠를 사랑한다며 부디 막말만은 하지 말아 달라는 큰아이의 간절한 눈빛에 속울음을 삼키기도 했다. 그렇다, 가족은 저 넓은 바다의 파도를 헤치며 함께 가는 돗단배다. 그 전에는 몰랐다.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살갑게 와 닿는지를, 너무나 소원하게 지낸 날들이 얼마나 후회되었는지 모른다.’

술 먹고 괴로운 마음에 아내와 아이들 앞에서 “죽고 싶다”고 말하는 저자에게 가족들이 사랑을 건넨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그래도 인생은 살만한 것이다. 햇빛은 다시 비춘다. 미래를 위해 준비하자”며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시대를 살고 있는 이 시대의 고단한 가장들. 이 책을 읽고 “난 아니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저자가 선택한 쫀득쫀득한 단어들이 구수한 사투리와 섞여 마치 야무지게 눌러 만든 송편 같은 맛을 낸다.

저자 최영록은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전라고와 성균관대를 나와 동아일보 기자로 20년간 근무했다. 백수생활 1년만에 성균관대 지금은 홍보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백수의 월요병/ 최영록 지음/ 172쪽/ 8000원/ 서울셀렉션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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