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훈련… 선전… 인터넷 타고 자라는 테러조직

  • 입력 2005년 10월 11일 03시 08분


이라크 저항세력의 투쟁을 보여주는 인터넷 동영상 중 한 장면. 이슬람 테러조직 알 카에다는 인터넷을 조직홍보와 새 구성원의 모집창구로 삼아 세력을 넓히고 있다. 사진 제공 EBS
이라크 저항세력의 투쟁을 보여주는 인터넷 동영상 중 한 장면. 이슬람 테러조직 알 카에다는 인터넷을 조직홍보와 새 구성원의 모집창구로 삼아 세력을 넓히고 있다. 사진 제공 EBS
다음달 18일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테러 대비에 비상이 걸렸다. 이슬람 테러 조직 알 카에다는 한국이 이라크 파병 국가라는 이유로 수차례 테러 경고를 했다. 1일 인도네시아 휴양지 발리 섬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한국인 부상자가 발생해 긴장은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EBS는 12일 밤 11시 5분 시사 다큐멘터리 ‘진화하는 알 카에다’를 방영한다. 영국 BBC가 제작한 이 프로그램은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세력을 확대해 가는 테러 조직의 동향을 짚는 내용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테러만 발생하면 제일 먼저 배후세력으로 지목되는 알 카에다. 3000∼5000명 정도의 조직원이 산에서 은둔생활을 하는 폐쇄적인 단체로 알려졌는데, 최근 몇 년간 조직원은 기하급수로 늘어났고 활동 무대는 전 세계가 됐다. 인터넷 때문이다.

알 카에다는 인질을 참수하거나 자살 폭탄 공격을 할 때마다 그 장면을 인터넷에 올린다. 인터넷으로 테러 지령도 전달하고 훈련 지침도 제공한다. 인터넷은 테러리스트들에게 안전한 의사소통 도구이자 파급력 높은 홍보 수단이다.

미국의 에번 콜먼 대(對)테러 컨설턴트는 “인터넷에 오른 동영상은 1000번의 설교보다도 위력적이며 테러 지원자 모집에 엄청난 효과를 거둔다”고 설명한다. 그것도 인터넷에 친숙하며 서구 도시에 거주하는 중산층 무슬림 청년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인터넷이 테러의 동맥으로 작동해도 이를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은 테러 용의자들의 e메일을 감시하고 과격 이슬람 단체의 홈페이지 운영자들을 테러 혐의로 기소하고 있다. 그러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사망 여부가 불확실한 알 카에다의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여전히 추적하고 있는 마이클 슈어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팀장은 “요즘은 집에서 편하게 앉아 인터넷으로 폭탄제조법부터 응급처치법까지 학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테러는 이제 누구나 손쉽게 배울 수 있는 기술이 됐다.

다큐멘터리는 이런 심각한 상황을 보고하면서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슬람권의 위기의식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다. 미국의 공격적인 대외정책 때문에 이슬람권이 위협을 느끼고 테러를 시도한다는 것. 미국 정부가 그런 정책을 재고하지 않는 한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슬람은 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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