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승 교수의 미디어월드]미디어산업 새 수익모델 혼란

  • 입력 2005년 10월 12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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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convergence)은 작금의 미디어를 설명하는 화두다. 웹이 그 초점에 있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열리는 IP(인터넷 프로토콜) TV 세미나가 이를 보여준다. 문제는 수익모델이다. 최근 미국 광고계의 화제로 ‘광고시대’ 편집장 밥 가필드가 제시한 혼돈 시나리오는 수익모델 정립이 어렵다는 것을 설명해 준다.

기존 수익모델은 새로운 모델이 나타나기 전에 붕괴되고 미디어 시장은 결국 혼돈에 빠진다는 것이 골자다. TV가 지금까지 누려온 광고 모델은 2020년이면 사라질 것이라고 보았다. 케이블TV, 인터넷, 비디오게임, 모바일뉴스, 개인녹화기 등으로 수용자들은 파편화한다. 방송사들이 광고 가능한 수용자 규모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나마 모아놓은 수용자들도 광고를 피해갈 수 있다. 광고주는 광고 예산을 수용자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인터넷으로 이동시킬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인터넷이 아직 예측 가능한 질서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팸광고, 팝업광고, 검색광고처럼 간단히 마우스를 훑어 내리면 피해갈 수 있는 광고들이 양산되면서 인터넷에서의 광고 무시는 규범이 되고 있다.

미국 통계지만 초고속인터넷 보급이 50%를 넘어서면서 정체를 빚을지도 모른다. 100% 보급률의 텔레비전과 달리 초고속인터넷을 필요로 하는 인구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 급변하는 수용자 기호를 맞출 만큼 콘텐츠를 재빨리 생산하기 어렵다는 점, 고품질의 영상을 온라인에 옮기는 데 아직도 기술적인 장애가 많다는 점 등 혼돈을 불러오는 요소는 많다.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이 미디어산업의 관건이지만 하루아침에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진화한다. 나무만 보면 혼돈이지만 숲을 보면 결국 생태계의 변화를 따라가게 마련임을 알 수 있다. 변화의 방향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돈 버는 데 관심 없는 신규 진입자가 늘어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블로그와 같은 비영리 개인미디어들이 시장점유를 넓히면서 기존 미디어기업들과 경쟁한다. 매출 구조를 차지하면서도 수익을 거부함으로써 전체 시장의 수익비중이 감소되는 아이러니가 일어난다. 그런가하면 이들은 순식간에 영리사업자로 변신하기도 한다. 자본주의는 이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10월 초 AOL-타임워너가 제이슨 칼라카니스 씨의 블로그 ‘WIN’을 2000만∼3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는 드디어 빅미디어들이 개인미디어 인수전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블로그는 빅미디어를 닮아간다. 제휴, 국제적 파트너십 등 다양한 형태로 그들의 비즈니스모델을 모방하면서 성장을 시도한다. 검색엔진 야후가 갈등지역 전문기자 케빈 사이츠 씨를 채용해 오리지널뉴스를 생산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인터넷과 기존 미디어의 상호모방.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숭실대 교수·언론홍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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