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즈려밟기]점봉산~대청봉<7>남설악 단풍 트레킹

  • 입력 2005년 10월 14일 03시 00분


단풍이 들기 시작한 설악. 등선대에 서면 점봉산부터 망대암산 한계령을 지나 귀때기청봉에서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남설악의 백두대간 마루금을 감상할 수 있다. 양양=조성하 기자
단풍이 들기 시작한 설악. 등선대에 서면 점봉산부터 망대암산 한계령을 지나 귀때기청봉에서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남설악의 백두대간 마루금을 감상할 수 있다. 양양=조성하 기자
《대간 산줄기 따라 한반도의 산하를 주유하는 시리즈 ‘백두대간 즈려밟기’. 한여름 혹서를 피해 잠시 쉰 산길 여행은 가을을 맞아 단풍 고이 물든 설악으로 향한다. 단풍 진 설악으로 접어든 ‘백두대간 즈려밟기’는 대간 아래의 작은 계곡, 흘림골(한계령 밑 강원 양양군)로 찾아들어 기묘한 형상의 여심(女深)폭포와 설악 단풍의 전망 포인트인 등선대(해발 1100m)에 오른다.》

오전 9시. 인제 방향에서 한계령을 넘는 고개 초입. 하늘 벽처럼 도로 앞을 가린 설악산 서북능선의 산악이 운무에 휩싸였다. 한계령. 이 험한 길을 지난 이는 숱하게 많을 터. 그래도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운 산악인지 직접 본 이는 많지 않으리라. 그렇다면 오늘, 흘림골로 등선대를 오르자. 그간 모르고 지나쳤던 현란한 한계령 주변 풍광을 한껏 보게 될 테니.

한계령의 고갯마루. 흘림골은 그 너머다. 고갯마루로부터 5.9km 지점. 길가에 ‘흘림골’이라는 이정표가 있다면 방금 입구(오른편)를 지나친 것이다. 팻말 밑 소공원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오른다.

흘림골이라는 이름. 어쩐지 생소하다. 지난 20여 년 간 이곳 등산로가 폐쇄됐던 탓이다. 그 산길 열린 것이 지난해. 골짜기가 아직도 원시적인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그 덕분이다.

매표소를 지나 900m쯤 오르면 여심폭포다. 그 생김새가 오묘하다. ‘여인의 깊은 곳’이라는 그 이름도 절묘하다. 솟대바위와 속궁합을 이루는 음석(陰石)에 걸린 가녀린 폭포다.

등선대는 예서 300m 거리. 워낙 가파른 길이라 산 잘 타는 이라도 30분은 걸린다. 산마루에 다다르면 선택은 두 가지. 왼편의 치솟은 바위무더기 봉우리인 등선대를 오르든지, 아니면 내리막길로 십이폭포와 주전골로 직행하든지. 그 길의 끝은 오색약수다.

등선대를 오르기란 녹록지 않다. 로프를 잡고 네 발로 바위를 타야 한다. 그렇게 당도한 바위무더기 봉우리의 정상. 감탄사는 당연하다. 빨간 단풍잎이 줄 톱의 톱날처럼 삐죽삐죽 산등성을 장식한 암벽을 배경으로 고운 자태를 뽐내는 고전 산수화의 진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니까.

우선 동남쪽을 보자. 동해가 두루뭉술 해안선과 함께 눈에 들어온다. 산자락이 바다로 잦아들며 드러나는 너른 땅이 양양이다. 여기서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겹겹의 산봉우리가 파도처럼 밀려오는 풍경이다. 가까이에 우뚝 선 것이 점봉산. 백두대간은 예서부터 또렷이 마루금을 드러낸다.

망대암산을 지난 대간의 마루금은 한계령으로 잠시 내려선 뒤 다시 몸을 일으켜 안산과 귀때기청봉을 지나 대청봉으로 향하는 서북능선과 직각으로 만난다. 그런 연후 서북능선을 올라타고 대청봉으로 직행한다. 그 모습이 등선대에서는 또렷하다.

설악산 단풍 감상. 대청봉 정상도 좋고 공룡능선도 좋지만 등선대도 못지않다. 산타기에 익숙하지 않은 관광객이라면 등선대만 한 대안도 없다. 설악의 험준한 산악을 두루 거느리며 뻗어나가는 백두대간 산줄기가 병풍처럼 펼쳐진 풍광도 감상할 수 있으니.

흘림골 단풍 감상 후에는 양양으로 가자. 지금 양양은 연어가 돌아오는 철. 읍내를 관통하는 오대천 물에 알밴 연어가 지천을 이루는 시기다. 이 연어와 더불어 오대천 명물로 이름난 것이 있다. 중멸치 크기로 머리가 큰 ‘뚜거리’다. 오대천 가로지르는 양양교 옛 다리 옆 강변의 천선식당은 오대천 별미를 맛볼 수 있는 토속식당이다. 연어회와 구이, 고추장 된장 풀어 수제비처럼 걸쭉하게 끓여낸 뚜거리탕이 일미다. 횟감 연어는 바다에서 잡은 것이고 매운 양념의 연어알젓은 오대천 것이다. 알젓은 회를 시켜야 맛볼 수 있다.

양양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려면 국도 7호선으로 남행한다. 그 길에는 들를 곳이 많다. 하조대는 등대와 정자를 갖춘 바다 옆 숲에는 카페도 있다. 고속도로 요금소 직전 바닷가의 휴휴암(조계종 암자)은 최근 많이 찾는 곳. 해안의 바위가 누운 관세음보살상과 그 보살을 향해 절하는 거북처럼 보인다고 해서 관음성지로 알려진 곳. 바위 해안 풍치가 기막혀 들러볼 만하다.

○ 여행정보

◇찾아가기 ▽흘림골=팔당대교∼국도6호선∼양평∼국도6호선∼국도44호선∼홍천∼인제∼한계령 △하조대=한계령∼국도44호선∼양양∼7번국도(남) △문의=국립공원관리공단(www.npa.or.kr) 설악산 사무소 033-636-7700

◇맛집 ▽천선식당=연어는 10, 11월이 제철. 연어회, 구이 1만 원. 일본 니가타 현과 홋카이도에서 한일연어요리 교환 행사에 참가했던 연어 요리장 이희채 씨가 주인이다. 033-672-5566, 671-4652

○ 패키지여행상품

트레킹 전문 승우여행사(www.swtour.co.kr)가 하루 일정 버스 투어를 내놓고 있다. 한계령∼여심폭포(흘림골)∼등선대∼십이폭포∼주전골∼큰고래골∼오색약수. 15, 16, 18, 22, 23일 출발. 3만9000원. 02-720-8311양양=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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