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아이들을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위에서 이 학원, 저 학원 기웃거리도록 만들고 싶지 않아.”
현대자동차 영업소 소장으로 있던 남편이 어느 날 아내에게 보낸 편지 한 통. 느닷없는 귀농(歸農) 제안이었다. 시어머니도 ‘그놈 미쳤으니 어미야 이혼해라’고 했을 정도. 그러나 결국 네 식구는 서울의 집을 처분하고 경북 울진군 불영계곡의 산골 마을로 내려갔다. ‘1년차는 낭만이고, 2년차는 절망, 3년차는 포기, 4년차부터는 희망이다’는 말처럼 아내가 써내려간 귀농일기에는 초보 농사꾼의 애환과 삶의 변화가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 겨울에 하얗게 눈이 내려 별천지가 된 뒷동산, 새로운 식구가 된 가축이 죽었을 때의 아픔, 태풍 ‘매미’의 습격 등 산골 생활의 희로애락을 수정처럼 투명하게 엮어 냈다.
귀농한 사람에게 가장 많이 쏟아지는 질문은 아이들 교육 문제. 산골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홀로 삶의 지혜를 터득해 가고, 책을 많이 읽으며 작가의 꿈을 키운다. 저자는 “가장 달라진 것은 무뚝뚝했던 남편이 나와 아이들에게 진정한 친구가 됐다는 점”이라며 “아들 방에 군불을 때는 남편의 모습이 너무도 미덥게 보인다”고 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