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에서 법정(法頂) 스님은 1000여 명의 신도가 모인 가운데 ‘가을 정기법회’를 갖고 “자연재앙을 오만한 인류에 대한 자연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재앙에서 벗어나려면 우리의 습관을 바꿔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정 스님은 “인간은 대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한 개체에 불과하며 살아 있는 모든 생명들을 귀히 여겨야 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연간 35만 명의 태아가 낙태로 살해되는 것은 생명을 경시한 결과”라고 현 세태를 비판했다. 스님은 “멀리서 어렵게 찾아오는 손님을 먹을 게 없다고, 비좁다고, 사교육비가 없다고 차버리면 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아름다운 세상은 꽃피고 새 우는 세상이 아니라 사람들이 생명가치를 존중해 서로 보살피고 도와주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또 목표로 곧장 돌진하는 직선적 삶보다 여유를 갖고 과정을 즐기며 에돌아 가는 곡선적 삶이 지혜로운 삶이라고 강조했다.
“직선으로만 뚫린 고속도로가 운전하기 지겨워 사고가 많이 나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빤히 앞날을 예측할 수 있다면 살맛이 안 날 것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하루하루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는 거지요.”
스님은 “하루에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23명)보다 더 많은 사람(32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며 “이 같은 세태는 사각형의 컴퓨터 앞에서 모든 것을 빨리 확인하고 해결하려는 조급한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스님은 “삶은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있다”며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매 순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값지고 축복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 가을 투명한 햇살과 바람에 우리의 삶도 함께 투명하고 따뜻해졌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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