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35) 서강대 사회과학원 연구교수가 최근 펴낸 ‘여공 1970, 그녀들의 反역사’(이매진·사진).
김 교수는 이 책에서 식모나 버스 차장 같은 직업을 전전하다가 숨이 턱턱 막히는 다락방이나 닭장을 닮은 작업장에서 잠을 쫓는 약을 먹어가며 고된 노동에 시달렸던 농촌 출신 하층 여성들을 당당한 현대사의 주체로 복원하려 한다.
그는 김기영 감독의 공포영화 ‘하녀’ 시리즈에는 ‘식모’의 욕망을 은폐하고 억압하면서 중산층이 느끼게 되는 위선적 위기의식이 반영됐다고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또 ‘공순이’들이 사랑했던 남진과 나훈아의 트로트 곡들이 고향을 떠나 도시하층민 생활을 하는 그들의 망향의 그리움 같은 정서를 대변했다는 점에서 당당한 민중문화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또 1970년대 노동운동을 상징하는 인물로 청계피복노조의 투쟁을 이끌다 분신자살한 전태일과 YH 노동조합의 신민당사 농성진압 과정에서 의문사를 당한 김경숙을 대비해 남자인 전태일은 투사로, 여자인 김경숙은 희생자로만 기억되는 데 문제를 제기한다. 또 동일방직노조 사건(1978년)과 YH 노동조합 사건(1979년)은 민주화세력과 정부의 개입으로 여공들의 독자적 목소리가 묵살됐다며 이를 ‘어용 대 민주’라는 이분법으로 신화화하는 기존 노동운동사를 비판한다.
김 교수는 주류 학생운동의 권위주의적 측면을 비판한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1999년)으로 주목을 모은 소장학자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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