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전문적이고 어려운 듯이 보이는 이 책을 권하고 싶어진 것은 신이 무엇이고 종교가 무엇인지 참된 지식을 갖게 해 주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 진지한 질문을 가장 깊은 내면에서 울리게끔 만들고 그래서 녀석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 전체를 다르게 볼 수 있는 힘을 갖게 해 주고 싶어서다.
어려서부터 신앙이 돈독했던 저자 캐런 암스트롱은 수녀가 되었다가 수녀이기를 포기한 사람이다. 그러나 수녀 생활을 접고도 종교와 신에 대한 질문을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계속되는 진지한 질문의 끝에서 종교 연구는 신에 대한 연구라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가장 깊은 연구라는 결론을 갖고 쓴 책이다. 그 생각에는 우리가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종교의 교리들도 결국은 인간이 만든 것이라는 조금은 신성모독적인 발상이 들어 있다. 하지만 그 결론이 소중한 것은 그렇기에 종교도 결국은 세속적인 것이라는 결론으로 우리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종교를 만든 인간은 위대하다는 결론으로 우리를 이끌기 때문이다.
그녀의 결론이자 출발은 이렇다. 인간은 영적인 동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외부로부터 주어진 신을 받아들이면서 진정한 종교를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신에 대한 감각과 인식을 경험하고 창조해 낼 수 있을 때 진정으로 종교를 체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체험의 내용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렇기에 역사를 초월해 있다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역사적 접근이 가능해진다. ‘신의 역사’는 영적인 존재인 인간이 내적으로 맛본 ‘초월’의 경험에 대한 역사가 된다. 태초에 어떻게 종교가 발생했는가 하는 질문부터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신의 관념의 변화를 깊이 있게 보여 주는 이 책이 유일신 종교인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교에 대한 깊은 성찰을 동시에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 책은 특정 종교에 대한 믿음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면 안 읽어도 될지 모른다. 하지만 종교와 신에 대한 질문을 통해 인간이 인간과 삶에 대해 던질 수 있는 가장 깊고 진지한 성찰을 필요로 한다면 젊은이들이 꼭 한번 읽어 보면 좋은 책이다. 그와 함께 과연 이 시대에도 신에 대한 질문은 존재하고 의미가 있는가?
신도 역사와 함께 진보하는가? 우리가 지금 믿고 있는 신이 옛 인간의 선조들이 믿었던 신보다 훌륭한가? 인간의 지혜가 발전하면서 신도 발전하는가? 아니 과연 인간의 삶은 진보해 오기는 한 것인가? 하는 질문들도 함께 던질 수 있다면 더없이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 기쁨이 되어 우리의 초라한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 그래서 사랑을 알게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으리라.
진형준 홍익대 불문과 교수 한국문학번역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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