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러나 흑인 가수 스티비 원더(55)는 고개를 끄덕인다. 시계는 ‘타임’, ‘2’는 ‘투(to)’, 그리고 하트는 ‘러브’를 뜻한다. 환갑이 임박한 그가 어린아이처럼 외친다. “이제 사랑할 시간(어 타임 투 러브)입니다.”
10년 만에 새 앨범 ‘어 타임 투 러브(사진)’를 들고 무대에 서는 스티비 원더는 앨범 재킷 사진에서 여전히 웃고 있다. 검은 선글라스도, 두꺼운 입술도 그대로다. 그런 그가 대뜸 ‘사랑할 시간’이라고 얘기한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그는 미국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음악이란 살면서 깨달은 것들, 가치 있다고 느낀 것들을 풀어내는 작업이죠. 이번 음반은 그 어떤 것보다 근본적인 ‘사랑’이라는 가치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사랑이란 건 나에게 가장 중요한, 내가 정말로 말하고 싶었던 것이니까요.”
1962년 만 12세의 나이로 ‘핑거팁스’를 발표해 최연소로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에 오른 그는 ‘예스터 미, 예스터 유, 예스터데이’(1968), ‘슈퍼스티션’(1972), 폴 매카트니와 함께 한 ‘에버니 앤드 아이보리’(1982), ‘아이 저스트 콜 투 세이 아이 러브 유’(1984) 등 그간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했다. 영화배우 겸 래퍼인 윌 스미스, 래퍼 쿨리오를 비롯해 한국의 박진영, ‘DJ DOC’ 등 많은 후배 가수들은 앞 다투어 그의 노래를 리메이크했다.
18일 미국 발매를 시작으로 20일 한국에서도 공개되는 새 음반은 1995년 ‘컨버세이션 피스’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그는 분명 20세기 아날로그 시대의 스타.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도 그의 음악이 통할까?
답은 첫 번째 싱글로 발표된 ‘소 왓 더 퍼스’에 충분히 녹아 있다. 흑인 가수 프린스가 기타를 연주하고 3인조 흑인 여성그룹 ‘엔 보그’가 코러스를 맡은 이 곡은 흥겨운 펑키 스타일. 그러나 조급하지 않고 여유롭다. 흥겹지만 가볍지 않다. ‘프롬 더 보텀 오브 마이 하트’에서 선보인 그의 하모니카 연주는 50대 뮤지션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눈이 먼 것은 장애가 아닙니다. 신은 제게 음악을 주셨으니까요. 오히려 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을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더 불쌍합니다. 이제는 사랑을 위한 시간이 필요할 때입니다.”
알파벳 ‘A’, 시계, 숫자 ‘2’, 그리고 하트. 굳이 글자로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 그의 방식대로 눈을 감고 마음을 열면 보일 것이다. ‘어 타임 투 러브.’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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