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왕국’ 무너지나…시청률 모두 20위권 밖

  • 입력 2005년 10월 19일 03시 00분


“MBC가 최근 일일 시청률에서 KBS1, 2와 SBS에 밀려 4위를 한 적도 있어요. 아마 1990년대 이후로는 처음일 걸요.”

최근 자사 프로그램의 인기 하락을 염려하는 한 MBC 직원의 토로다.

‘드라마 왕국’을 자부해 온 MBC는 지난주(10∼16일) 전체 시청률(TNS미디어코리아 집계) 순위에서 한 편의 드라마도 20위권에 올리지 못했다. 평균 시청률 20%를 자랑했던 간판 오락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의 시청률은 몇 달째 7∼8%를 맴돈다. 내부에선 “3, 4년마다 한 번씩 오는 침체기일 뿐”이라면서도 “뚜렷한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답답해하고 있다. MBC는 11일 드라마국장과 예능국장을 교체하는 등 일련의 인사를 단행했다.

▽드라마 왕국의 몰락=‘삼순이’(‘내 이름은 김삼순’)와 ‘금순이’(일일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의 인기로 활황을 누렸던 MBC 드라마는 하반기 들어 급격히 침체의 늪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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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드라마 ‘가을 소나기’는 6일 드라마 시작 이후 최하인 3.3%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시청률 4∼5%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일드라마 ‘맨발의 청춘’, 아침드라마 ‘자매바다’, 주말드라마 ‘결혼합시다’ ‘신돈’이 모두 타 방송국의 경쟁 프로그램에 뒤지고 있다.

드라마 몰락의 근인(近因)으로 꼽히는 것은 라인업의 붕괴. 올 5월 방영 예정이었던 ‘못된 사랑’이 가수 비의 캐스팅 문제로 불발되면서 월화드라마 ‘환생’이 급조됐고 이후 라인업이 흐트러졌다는 것. 또 주말드라마 ‘떨리는 가슴’이 원래 예정된 ‘사랑찬가’ 방영 전에 급히 편성된 것도 부정적 효과를 낳았다는 평가다. 드라마는 통상 3∼6개월 전에 기획되는데 한 편이 어긋나면 후속작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방송계의 분석이다.

김사현 드라마국장은 “부진의 원인을 파악 중”이라며 “전통적으로 MBC가 원재료인 작가와 연기자보다 제조 공정인 연출을 중시하는데 이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원재료 수급이 잘 안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역량 있는 PD들이 외주제작 프로덕션 등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지만 친정인 MBC가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MBC의 간판 PD였던 ‘대장금’의 이병훈 PD, ‘다모’의 이재규 PD는 각각 퇴사 후 첫 작품으로 SBS에서 현재 방영 중인 ‘서동요’와 SBS에서 종영된 ‘패션 70s’를 만들었다.

한 드라마 작가는 “최근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의 경우 외주 제작이 대세인데 MBC에는 외부 PD가 연출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파격적인 예능국 인사의 실패=MBC는 10여 년간 동시간대 시청률 부동의 1위였던 ‘일밤’이 4월 SBS ‘일요일이 좋다’에 밀리자 1986년 입사자인 ‘쌀집 아저씨’ 김영희 국장을 발탁 등용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1994년 입사자가 차장급인 책임프로듀서(CP)가 될 정도로 제작 PD의 연령대는 10년 가까이 내려갔다.

이후 MBC는 ‘일밤’과 ‘토요일’에 유재석 김용만 신동엽 이경규 등 내로라하는 스타급 MC를 싹쓸이해 야심만만하게 제작에 들어갔으나 결과는 참패였다.

지난주 MBC 주말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모두 한 자릿수대. SBS ‘실제상황 토요일’(15.0%)과 KBS2 ‘스펀지’(14.3%)에 밀려 MBC ‘토요일’은 8.0%를 기록했다. MBC ‘일밤’은 8.2%로 같은 시간대에 방영된 KBS2 ‘해피 선데이’(11.7%), SBS ‘일요일이 좋다’(20.1%)보다 낮았다.

MBC는 최근 단행한 예능국 인사에서 국장을 다시 1982년 입사자로 올렸고 CP급도 1984년 이후 입사자로 10년 가까이 상향 조정했다.

한 PD는 “파격도 좋지만 PD는 경험이 중요한데 너무 젊은 PD를 책임자로 앉힌 인사의 실패가 오락 프로그램의 몰락을 불렀다”며 “한창 일선에서 일해야 할 PD가 CP 노릇 하느라 마음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MBC의 저력이 발휘될까=MBC의 저력은 개성 있는 PD들이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평가된다. 그러나 오래 지속된 시청률 호황이 안일을 불렀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화여대 주철환(언론영상홍보학부·전 MBC PD) 교수는 “MBC가 공익성 오락 프로그램으로 히트를 치는 데 오래 안주했다”며 “MBC의 주 시청자인 30, 40대 시청자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한 관계자는 “MBC의 지난달 광고 수주액이 2위 SBS보다 20억 원 정도 많은 등 저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현재의 침체가 6개월∼1년만 더 간다면 추월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반전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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