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기자의 무비홀릭]‘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 입력 2005년 10월 20일 03시 01분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는 여섯 커플의 사랑 이야기가 씨줄 날줄로 엮여 있다. 이들 사랑은 때론 즐겁고, 때론 심금을 울릴 만큼 감동적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영화 속 얘기일 뿐. 이들이 실제로 맺어져 여생을 함께 보낼 경우에도 ‘아름다운 일주일’이 영원히 지속될까?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전선애 명문가팀장에게 물었다. 노총각과 8세 꼬마의 사랑을 제외한 다섯 커플의 성격과 조건을 분석한 뒤 이들의 궁합을 지수(100점 만점)로 표시해 봤다. 전 팀장은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못지않게 ‘별로 아름답지 않은 수십 년’도 함께할 수 있는 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했다.》

① 수경과 정훈의 사랑=예비수녀 수경(윤진서)은 아이돌 스타 가수 정훈(정경호)에게 반한다. 같은 병실에 입원한 수경은 실의에 빠진 정훈을 도우며 가까워진다.

▶궁합지수 30점. 최악의 커플. 스토킹에 가까운 짝사랑이 사랑으로 이어졌다. 사람들에게 버림 받은 정훈은 자포자기 상태에서 자신을 보살펴 준 수경에게 일시적 감정을 허락한 것. 남자가 가수 생활로 다시 바빠지면, 독점욕 강한 수경은 “당신 변한 것 아니냐. 나 하나만 사랑해 달라”고 채근하며 다툼이 늘 것이다. 수경은 자살을 기도할 만큼 심리상태가 불안정해 감성적인 연예인과는 백년해로하기 어렵다.

② 나 형사와 유정의 사랑=여자 앞에선 숙맥인 노총각 나 형사(황정민)와 아이가 있으나 이혼한 페미니스트 여의사 유정(엄정화)은 사사건건 싸우다 사랑에 빠진다.

▶궁합지수 50점. 당분간 육체적으로 불타는 사랑을 나눌지 모르나, 장시간 대화를 나누기가 불가능하다. 나 형사는 정의롭지만 ‘람보하고 코만도하고 싸우면 누가 이기는지’를 궁금해 할 정도로 지적 수준이 떨어지고 현장만을 중시한다. 반면 유정은 신경질적이면서도 지적 대화를 즐기고 이론을 중시한다. 둘은 서로의 다름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겠지만, 접점을 찾기 힘든 대화는 30분을 못 넘길 것.

③ 조 사장과 태현의 사랑=동성애 성향을 가진 이혼남 조 사장(천호진)의 집에 들어온 남자 가정부 태현(김태현)은 약에 의존해 고독감을 이겨 내려는 조 사장을 도우며 친밀해진다.

▶궁합지수 70점. 이성애는 아니지만, 부부(?)로 어울리는 편. 조 사장의 아들을 보살피고 조 사장이 약에서 벗어나도록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는 남자 가정부는 독선적이지만 고독한 조 사장에게 마음의 위로를 준다. 연예기획사 대표인 조 사장은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위선을 떠는 연예인 지망 여성들에게 염증을 느낀다. 여기에 이혼의 상처가 더해져 ‘여자는 속물’이란 피해의식이 커지면서 여성 기피성향이 강화됐을 수도.

④ 창후와 선애의 사랑=가난한 신혼부부 창후(임창정)와 선애(서영희)는 전철에서 물건을 팔고(창후) 길거리에서 김밥을 팔면서도(선애) 희망을 잃지 않는다.

▶궁합지수 80점. 금실이 좋다. 힘든 일을 함께해 본 커플은 나중에 경제 사정이 나아져도 원만한 부부관계를 지속한다. 다만 창후의 우유부단한 성격은 문제. 장차 선애가 김밥 전문점을 창업할 요량이면 남편에게 돈 관리를 맡기지 말고 자신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⑤ 곽 회장과 오 여인의 사랑=만년 소녀인 오 여인(오미희)은 삐딱하고 사람들에게 야박하지만 자신을 성심껏 보살피는 극장주 곽 회장(주현)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궁합지수 90점. 최선의 커플. 곽 회장이 1년간 오 여인을 꾸준히 관찰하고 촬영한 영상으로 프러포즈한 대목으로 미루어 볼 때, 두 사람은 충분히 서로에게 익숙해진 상태. 남자의 직업(극장 경영)과 여자의 취미생활(연기)도 공유될 부분이 많다. 다만 배우의 꿈을 접지 못하는 오 여인의 공주병과 나르시시즘을 감안할 때, 결혼 후에도 곽 회장은 오 여인에게 재산 관리를 넘기지 않는 게 바람직할 듯.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