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1파운드를 가져가되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는 명판결로 기억되는 원작이 반(反)유대 감정을 다룬 탓인지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과 달리 할리우드에서 유성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란 사실도 흥미롭다. 샤일록 역을 맡은 알 파치노의 중후한 연기는 이 영화의 품격을 한 단계 높여 준다. 자신의 직업(고리대금업)과 종교(유대교)로 인해 박해 받고 고통 받는 비극적 인물상, 그래서 증오와 복수심으로 똘똘 뭉친 샤일록의 일그러진 내면은 알 파치노의 출중한 연기 덕에 관객들의 마음에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우편배달부와 시인 네루다의 우정을 서정적으로 그린 ‘일 포스티노’(1994년)의 마이클 레드퍼드 감독이 이번 작품에서도 안정적인 연출력을 보여 준다. 21일 개봉. 12세 이상.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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