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배산임수에 정남향…성곽모양 건물 볼거리

  • 입력 2005년 10월 21일 03시 18분


《박물관 방문의 목적은 유물 관람이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은 건물 자체도 볼거리다.

터만 9만2936평에 본관 건축 면적이 1만4857평에 이르며 건축 디자인도 공을 들였다.

설계를 맡았던 ‘정림건축’ 측은 “박물관은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위치에 남향받이로 건물을 앉힌 방식을 취했으며 한국의 전통미가 살아 있는 평온한 옛 성곽을 재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 열린 마당

박물관 본관에 들어서면 중앙에 펼쳐진 널찍한 화강암 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본관의 주 출입 공간인 ‘열린 마당’으로 한국 건축의 고유한 구조인 ‘대청마루’의 분위기를 살렸다.

가로세로 60×64.5m에 1170평이 넘는 열린 마당은 앞뒤로 막힘이 없는 야외공간이면서도 본관의 동관과 서관을 잇는 지붕 아래에 놓여 쉼터 역할도 한다. ‘극장 용’으로 가는 중앙 계단으로 오르면 탁 트인 박물관 앞마당과 뒷마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 거울 못

박물관 앞마당에 있다. 반가사유상에서 풍기는 사색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어 차분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자아내도록 했다. 타원을 이룬 물가는 성곽을 본뜬 본관의 경직된 느낌을 상쇄하기 위해 곡선을 강조했다.

햇살이 비치는 낮 시간도 좋으나 어두워진 뒤 주위 조명에 비치는 물결의 은은함도 볼 만하다. 2400여 평의 못 주변은 계단식으로 만들어 앉아서 쉴 수 있다.

○으뜸홀

상설전시실이 있는 동관 입구에 해당하는 으뜸홀은 로툰다(rotunda) 양식으로 지었다. ‘둥글다’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 둥근 천장 아래 가운데가 뻥 뚫린 원통형 건축물.

높이 25.6m의 천장에서 쏟아지는 햇빛이 바닥까지 고루 퍼질 수 있도록 천장 주위로 창을 내 최대한 눕히고 벽 자체는 33mm 복층접합유리로 만들었다. 500여 평(지름 48m)의 넓은 원형 공간 오른편으론 컨벤션센터를 방불케 하는 안내 데스크를 만들어 현대적 분위기를 강조했다.

○ 역사의 길

박물관 동관의 중앙 통로에 해당한다. 전시실을 양옆으로 배치하고 천장(23m)까지 탁 트이게 만들었다. 길이 155m에 25m의 넉넉한 너비로 동관 맨 끝에 있는 높이 13.5m의 경천사10층석탑도 비좁아 보이지 않는다.

베이지색 라임스톤으로 벽재와 바닥을 마감해 외부 화강암의 새하얀 질감과는 또 다른 편안함을 주는 게 특징. 천장에 프리즘 기능을 하는 유리를 배치하고 인공조명을 최대한 줄여 으뜸홀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채광 효과를 높였다.

○ 동관 테라스

상설전시실 동쪽 끝에 해당한다. 자칫 밋밋해 보이기 쉬운 본관 전체에 색다른 분위기를 준다. 1층과 3층에 크기가 서로 다른 테라스를 만들어 요철의 형태로 만들고 1층 주변으로 유물을 배치해 내부의 전시실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 버금홀

‘극장 용’으로 들어가는 로비에 해당한다. 서관의 버금홀(지름 12m)은 으뜸홀에 비해 규모는 작으나 박물관의 여러 공간 중 가장 얼개가 복잡하다. 외부의 벽이 천장에서 안으로 이어지는 형태를 취한 데다 아래층의 어린이박물관 쪽 로비도 그대로 드러나게 만들어 세련미를 보여준다.

○ 뒷마당(후정)

앞마당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조선시대 대감댁 마당을 연상케 하는 세밀함이 강조됐다. ‘심인당’이라 이름 지은 작은 사각 연못엔 연꽃이 있으며 인근에 낮은 기와 담장을 두른 뒤 뜰을 만들어 고풍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조선시대풍의 화계(花階·화단)와 굴뚝은 경복궁 교태전 뒤뜰에 있는 아미산 정원을 재현한 것. 뒷마당 길가로는 한국의 전통적 옷감 염료가 되는 식물들을 심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공연도 즐기세요”…연말까지 발레 등 13개 개관공연▼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극장 용’은 박물관 가운데에 있는 열린 마당을 따라 계단을 오르면 왼편 서관에 있다. 박물관 내부에 공연장이 마련된 것은 국내 처음이며 870석 규모다.

개관을 앞두고 프리 오프닝 공연으로 22일까지 열리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을 비롯해 12월 31일까지 개관 페스티벌 공연이 모두 13개. 국내외 합주단의 클래식 연주를 비롯해 무용 연극 대중음악 콘서트, 유럽의 유명 서커스단 공연이 펼쳐진다.

고전소설 심청전을 원전으로 한 발레 ‘심청’은 미국 일본 이탈리아 등 40여 개 도시에서 100여 회 공연한 창작품.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심청과 임금의 2인무를 비롯해 선원들의 군무와 바다 요정의 솔로가 볼거리다.

개막 당일에는 금난새가 지휘를 맡은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첼리스트 정명화의 협연으로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을 연주한다. 29, 30일에는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샌드라 캐머런과 서울바로크합주단의 협연, 소프라노 귀네스 존스의 공연이 이어진다.

11월에는 벨기에 서커스 극단인 페리아 무지카의 아시아 최초 공연인 ‘나비의 현기증’과 김영숙 이미주 등이 출연하는 궁중무용 ‘정재(呈才)’가, 12월엔 영화 ‘왕의 남자’로 리메이크된 연극 ‘이’와 나윤선 퀸텟의 크리스마스 시네마 콘서트도 열린다.

공연일시가격
유니버설발레단 ‘심청’10월 22일까지 2만∼10만 원
정명화 & 금난새 유라시안 필하모닉오케스트라10월 28일 5만∼9만 원
서울바로크합주단과 샌드라 캐머런10월 29일
은발의 디바 - 소프라노 귀네스 존스10월 30일
서커스극 ‘나비의 현기증’11월 4∼13일3만∼9만 원
안은미 컴퍼니 ‘Let me tell you something’11월 18∼19일3만∼7만 원
궁중무용의 재발견 ‘정재(呈才)’11월 21일4만, 5만 원
강동석과 골든 앙상블11월 23∼24일 3만∼7만 원
바이날로그 11월 26∼27일2만, 3만 원
MIK앙상블12월 3일 2만∼5만 원
연극 ‘이(爾)’12월 6∼21일
크리스마스 시네마 콘서트 나윤선 퀸텟12월 23∼25일5만, 6만 원
뮤지컬 스토리 콘서트12월 26 ∼31일3만∼6만 원
문의는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홈페이지(www.cfnmk.or.kr) 또는 1544-5955. 티켓예매는 1588-7890(티켓링크) 1588-1555(인터파크)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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