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억만장자 도쿄대학 교수, 다 주고 떠나다’

  • 입력 2005년 10월 22일 03시 10분


◇억만장자 도쿄대학 교수, 다 주고 떠나다/혼다 세이로쿠 지음·일본문화연구소 옮김/208쪽·8000원·아침바다

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고 직업적 성취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버리느냐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유명 재벌이나 성직자가 아닌 생활인이 일깨워 주는 에세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책이다.

저자 혼다 세이로쿠(本多靜六·1866∼1952)는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고학으로 도쿄대 농학부에 입학해 수석졸업한 뒤 독일 뮌헨대에 유학했으며 귀국하자마자 만 25세에 도쿄 농과대 조교수가 된다. 그는 학문에도 전념했지만 재테크에도 일가견이 있어 ‘학자는 가난해야 한다’는 통념을 깨고 50세가 되던 해 논밭과 산림 1만 정보, 별장 6개를 소유하고 은행 등 30여 기업의 주주가 되는 대자산가가 된다. 주로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통해서였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이야기야 흔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특별한 것은 청장년 시절에 이룬 모든 것을 노년이라는 삶의 막바지에 이르러 모두 버리고 다시 무소유의 삶으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어릴 때 너무 가난해서 적극적으로 가난을 정벌하자고 맘먹었다는 저자는 학문에 충실하는 것과 월급 범위 내에서 그것을 잘 운용하여 부를 축적하는 일이 괴리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월급의 ‘4분의 1’은 무조건 저축한다. 둘째, 종자돈이 모일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린다. 셋째, 무리하지 않고 적절하게 투자한다.

얼핏 보면 당연한 말 같지만 지키기는 쉽지 않다. 투기는 대박도 나오지만 엄청난 실패도 나올 수 있으니 눈곱만큼의 무리나 욕심도 내지 말고 근검저축으로 모은 돈을 가장 유리하고 유효하게 굴리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책의 메시지는 재테크 성공기가 아니라 저자의 삶의 철학이다. 그는 ‘자식들에게 유산을 물려주려거든 차라리 빚을 물려주라’는 철학대로 최소한의 살림 밑천만 주고 나머지는 죄다 사회사업 등에 기부해 버리고 세상을 떠났다. 깨끗하게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깨끗하게 돈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 준 것.

저자는 20대에 직장을 가지면서 이런 인생계획을 세웠으며 이를 일관되게 지키려 노력했다고 술회한다.

‘마흔까지는 근검저축으로 생활 안정의 기반을 다지고 예순까지는 전심전력으로 학문을 닦으며 일흔까지는 사회봉사, 그 이후는 산 좋고 물 맑은 시골에서 은둔하며 산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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