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시민불복종론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 비폭력 저항주의의 마하트마 간디에게서 정신적 자양분을 흡수해 자신의 운동 방법론을 만들어 간다. 그에게 간디의 비폭력 저항주의는 예수의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현실 사회에 적용한 실천적 방법론이었다.
킹 목사는 몽고메리 사건을 통해 본격적인 흑인 민권운동가로 거듭난다. 미국 남부 앨라배마 주 주도였던 몽고메리에서는 흑인들은 버스 좌석에서도 차별을 받아야 했는데 이를 거부한 한 흑인 여성이 체포됐다. 킹 목사는 버스 승차 보이콧 운동을 전개했고, 이 운동은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며 잠자는 듯 침묵하던 흑인사회를 잠에서 깨어나게 했다. 그는 드디어 어린 시절의 치욕적 경험을 비폭력 저항운동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킹 목사의 절실한 관심은 흑인 사회의 패배주의를 극복함과 동시에 어떻게 해야 증오와 원한이 아닌 관용과 정의의 정신으로 저항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비폭력은 무저항이 아닌 더욱 적극적인 저항이었고, 상대방을 무력으로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양심의 법에 복종하게 하는 힘이었다.
이 책의 백미는 1963년 8월 28일 워싱턴 시가행진에서 행한 그의 연설이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조지아 주의 붉은 언덕에 노예의 후손들과 노예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앉게 되는 꿈입니다.” 이 연설은 텔레비전을 타고 수백만 미국인의 양심을 뒤흔들었다. 과격한 흑인 폭동을 예상하고 대반전을 기대하던 백인 우월주의자에게는 실망스러운 것이었겠지만 이날의 집회에서 보여 준 흑인들의 비폭력 저항은 전 세계 인류에게 큰 도덕적 충격을 주었다. 백인들의 테러는 점점 수위가 높아졌지만 1964년 드디어 흑백 평등권이 법제화되고 킹 목사는 그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다.
그러나 킹 목사는 그가 흠모했던 간디의 운명처럼 1968년 4월 4일 39세의 나이에 암살을 당한다. 마치 이를 예견이라도 한 듯 그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자신의 목숨을 바칠 수 있을 만큼 귀중한 것을 아직 찾지 못한 사람은 대단히 고달픈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저처럼 서른여덟 먹은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언젠가는 이 사람은 어떤 위대한 원칙이나 위대한 사안, 위대한 대의를 위해 일어서야 할 시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사람은 겁이 나서 혹은 좀 더 오래 살고 싶어서 그런 사명을 거부합니다. … 그래서 결국 대의를 포기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아흔 살이 되었다고 합시다. 하지만 이 사람은 나이는 아흔이지만 이미 서른여덟에 죽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책은 꿈과 용기를 지녔던 한 인간을 보여 준다. 그의 꿈은 불의로 고통받는 흑인 형제들이 평등한 세상에서 자유를 누리는 것이었다. 또한 그의 용기는 남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를 위해 자신의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한 인간의 가슴속에 심긴 꿈이 어떻게 현실이 될 수 있는가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김진우 서울공업고 교사·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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