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신부는 1997년 11월 가톨릭대 의대에 학생 실습용으로 시신과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서약했으며, 그의 시신은 22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장례식 후 가톨릭대 의대에 기증됐다.
한 신부는 미리 작성한 유언장에서 “천주께서 가난하게 사는 것이 나에게 원하시는 생활방식의 원칙이라 깨닫고 이 세상을 하직하는 날까지 가난한 일생을 바치기를 원합니다. …저의 장례미사를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를 정도로 지극히 간소하게 치러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저의 장기와 시신을 기증합니다. 시신이 의학 발전을 위해 쓰인 후에도 저를 위해 묘지를 쓰는 일조차 없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서울 출생인 고인은 1962년 사제품을 받은 뒤 수원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지도신부, 전국가톨릭 노동청년회 지도신부, 한국외국어대 지도신부 등을 역임했다.
천주교 수원교구에서는 1997년부터 최근까지 교구장 최덕기(崔悳基) 주교를 비롯한 89명의 사제가 시신기증 서약서에 서명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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