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못생긴 것이 죄입니까…27일 개봉 ‘야수와 미녀’

요즘 세상엔 못생긴 게 단지 죄송한 일일 뿐 아니라, 감추고 싶은 ‘범죄’라도 되는 걸까.

27일 개봉되는 코믹멜로 ‘야수와 미녀’를 보며 떠오른 엉뚱한 의문이다. 영화 속 ‘야수’는 우주괴물의 신음소리를 내는 전문 성우 동건(류승범·왼쪽). 다소 거친(?) 외모를 가졌을 뿐, 별로 나무랄 데 없는 청년이다. ‘미녀’는 동건의 앞 못 보는 애인 해주(신민아). ‘야수’가 ‘미녀’에게 사소한 거짓말을 했다. 자신이 ‘야수’가 아니라 ‘꽃미남’이라고.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해주가 눈 수술을 받고 시력을 되찾는 바람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없게 된 ‘야수’의 고난이 시작된다. 여기에 진짜 꽃미남 검사(김강우)까지 ‘미녀’ 앞에 나타나 ‘야수’의 사랑은 최대 위기를 맞는다. 이 영화는 작은 거짓말 때문에 자꾸 꼬여만 가는 ‘야수’와 ‘미녀’의 엇갈린 만남에서 자잘한 재미를 이끌어낸다. 해주의 신체 장애를 감상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점도 ‘쿨’ 하다.

그럼에도 다 보고 나면 뭔가 개운치 않다. 영화 설정 자체의 현실감이 떨어진다. 류승범의 얼굴에 이마 흉터 하나만 붙여놓고 ‘야수’로 희화화하겠다는 발상은 안이하게 느껴진다. ‘올드보이’의 조감독 출신 이계벽 감독의 장편 데뷔작. 12세 이상.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