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가까이 영국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서구의 지배를 받아왔고, 2500만여 명의 인구는 이슬람교도인 말레이계(60%), 불교를 믿는 중국계(25%), 힌두교인 인도계(8%)를 비롯해 유럽계가 섞여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 가보면 이 비빔밥이 얼마나 근사하게 버무려져 있는지 알 수 있다. 끝없는 모래밭과 야자수가 펼쳐진 바닷가, 푸른 산호초 섬. 사람들은 친절하며 타종교에 관대하다.
다음 달 초 말레이시아 비빔밥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축제들이 열린다. 1일 열리는 힌두교도의 축제 ‘디파발리’, 3∼4일경 열리는 이슬람교 최대의 축제 ‘하리라야’. 두 축제는 조화와 나눔의 정신을 보여 주는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행사다.
○ ‘빅 데이(Big Day)’ 하리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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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라야는 ‘큰 날’이란 뜻으로 이슬람교의 가장 큰 축제 중 하나. 이슬람력으로 9월에 시작되는 1개월간의 금식 기간 ‘라마단’이 끝난 다음 날 시작된다. 인구의 60%가 무슬림인 말레이시아에서는 최대의 축제인 셈.
하리라야가 시작될 무렵에는 말레이시아의 밤은 대낮처럼 환해진다. 무슬림들은 하리라야 7일 전부터 천사들이 인간 세상에 온다고 믿기 때문에 이들을 맞기 위해 집 안팎을 등불로 밝힌다.
하리라야를 맞는 모습은 한국의 명절과 비슷하다. 하리라야가 오면 무슬림들은 귀향길에 오른다. 당일 아침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에 가 기도를 드리는 것을 빼면 가족 묘소에 가거나 집안 어른을 찾아뵙는 것도 마찬가지. 아이들에겐 세뱃돈처럼 돈이 든 초록색 주머니를 나눠 준다.
누구나 함께 어울려 계명을 지킨 성취감을 자축하고 라마단 동안 먹지 못했던 음식들을 실컷 먹는다. 축제 기간엔 대문을 활짝 열고 가난하거나 병든 자를 포함한 모든 이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게 전통. 관광객이 현지인들의 집을 방문하기는 쉽지 않으나 모스크에 가면 똑같이 대접받는다.
국왕을 포함한 왕족과 정부 고위 관리들이 모두 참석하는 개막식은 꼭 봐야 할 장면. 거센 비가 내려도 멈추지 않으며 누구도 자리를 뜨지 않는다. 전국에 생방송되는 원색 의상을 입은 여성들의 민속춤과 불꽃놀이, 가수들이 총출동한 공연은 환상적이다.
○ ‘빛의 행렬’ 디파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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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라야에 앞서 1일에 열리는 디파발리 축제는 산스크리트어로 ‘빛의 행렬’이란 뜻. 초와 램프를 켜 집안 곳곳을 장식하는 풍속 때문에 해외에선 ‘빛의 축제’라고 부른다.
힌두교에는 최고의 신인 크리슈나가 악마 디카라를 죽여 빛과 평화의 신인 니카라로 회생시킨 전설이 전해져온다. 디파발리는 니카라가 탄생한 날로 인간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기 때문에 힌두교도들에겐 ‘새해’의 의미를 가진다.
종교나 의미는 다르지만 디파발리도 개방적이라는 점은 하리라야와 닮았다. 힌두교도들의 집 대문이 활짝 열리고 누구에게나 음식을 나눠 준다. 다양한 인도식 음식이 제공된다.
2002년 디파발리를 체험한 여행 칼럼니스트 이정현(40) 씨는 “정재계 고위 인사들이 다수 참석한 쿠알라룸푸르 대운동장에서 열린 행사에 거지 떼가 몰려왔는데도 막지 않고 함께 음식을 나눠 먹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기억했다.
말레이시아관광청 서울사무소의 압둘 무탈립 아왕 소장은 “하리라야와 디파발리는 다민족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말레이시아의 문화적 전통을 보여 주는 축제”라며 “함께 즐기고 위로하는 ‘나눔의 정신’이 한국인에게도 소중한 체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항공편
대한항공과 말레이시아항공이 공동 운항하는 인천∼쿠알라룸푸르 비행기(6시간 반 소요)가 매일 2편씩(수, 일요일은 1편) 있다. 토, 일요일 출발은 코타키나발루를 경유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코카키나발루행 비행기(4시간 15분 소요)를 수요일과 일요일 각각 1편씩 운항한다.
○ 화폐
말레이시아 화폐(링깃)를 사용하며 국내에서는 환전이 안 된다. 한국 돈이나 미국 달러를 은행이나 호텔 환전소에서 바꿀 수 있다. 일부 업소는 링깃만 받기도 한다. 거리에 있는 소규모 환전소는 합법이지만 한국 돈을 받지 않는 곳도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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