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샴페인 안 마셔?’
최근 나온 샴페인 전문서 ‘2억5000만 개의 거품’의 한 구절이다.
2억5000만은 샴페인 1병(750mL)에 들어 있는 거품 수다.
이 책의 저자는 홍보대행사 오피스h의 황의건 이사.
‘트렌드 세터’로 통하는 그는 케이블TV 온스타일의 ‘메트로섹슈얼’ 시리즈의 주인공이었고 KMTV ‘아이콘99’를 다음달부터 진행한다.》
그는 명품 브랜드 홍보를 해 왔으며, 샴페인 홍보를 오래해 ‘샴페인맨’으로 불린다. 와인에 비하면 샴페인에 대한 국내 관심은 크게 뒤처지는 편. 그는 샴페인 문화를 확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 샴페인 이야기를 들었다.
○ 샴페인은 까다롭다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방의 포도로 만든 발포성 와인을 가리킨다. 다른 지방의 포도로 만든 것은 ‘무스’나 ‘크레망’으로 부른다. 미국산은 ‘스파클링 와인’, 독일산은 ‘젝트’다. 우리가 생일 때 흔들어 거품을 터뜨리는 샴페인은 대부분 저렴한 복숭아주다.
와인은 한 번 발효시키지만 샴페인은 두세 차례 발효시키기 때문에 맛이 더 복합적이고 섬세하다. 황 이사는 “12년 넘게 마셨지만 거품이 혓바닥에서 터질 때 느껴지는 전율을 두세 번 경험했을 정도로 샴페인은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술”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음회에서 ‘살짝 구운 브리오슈 향이 난다’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을 쓰지만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면 된다고 황 이사는 말한다. 그는 박하 맛, 깻잎 향 등으로 맛을 설명한다. 한 시음회에서는 ‘참기름 맛이 난다’고 했다가 참석자들을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 샴페인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
축하 행사에서 샴페인을 흔들어 ‘펑’ 하고 거품이 나게 하는 것은 이벤트일 뿐이다. 황 이사는 “평소에는 흔들지 말고 조심해서 따야 한다”며 “샴페인은 섬세한 액체여서 흔들면 놀란다”고 말한다.
샴페인을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는 말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 샴페인은 다른 술과 섞어 마시지만 않으면 괜찮다. 이 같은 오해는 복숭아주를 샴페인으로 혼동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샴페인이 여성용의 약한 술이라는 것도 오해다. 샴페인은 알코올 도수가 13.4도로 낮지 않지만 맛이 달아 취하는 줄도 모르고 계속 마시게 된다고 한다.
황 이사는 “샴페인은 ‘작업용 술’로도 통하는데 샴페인을 사는 남자는 ‘선수’, 그러나 세련된 선수”라고 말했다.
○ 마시기 20∼30분 전에 얼음에 담가야
샴페인을 맛있게 마시는 법은 냉장 보관했다가 마시기 한 시간 전에 실온에 꺼내고 20∼30분 전에 얼음에 담가두는 것이다. 이때 온도가 6∼8도로 가장 깊은 맛이 난다. 오래된 빈티지 샴페인은 이보다 2도 정도 온도를 높여 마신다.
황 이사는 귀로 병 따는 소리를 듣고 눈으로 금빛을 즐기고 코와 입으로 미묘한 맛과 향을 느끼라고 권했다.
샴페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은 치즈. 속이 희고 부드러운 것으로 샹파뉴 인근에서 나오는 ‘샤우르스’가 최고이며 ‘브리’ 치즈도 좋다.
음식과 샴페인의 궁합을 실험해 봤다는 황 이사는 비빔밥과 샴페인의 조화에 높은 점수를 준다.
“쌀의 단맛과 신선한 나물이 씹히는 맛, 거기에 샴페인! 너무 맛있어요.”
새우젓을 찍은 족발과 수육, 간장으로 양념한 궁중 떡볶이, 맵지 않은 일본식 라면과 샴페인도 잘 어울린다. 불고기와 갈비, 신선로는 샴페인과 환상의 커플. 그러나 황 이사는 거듭 말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함께 마시세요. 그것이 정답입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황의건 추천 샴페인▼
▽샴페인을 알고 싶은 초보자=샴페인의 대명사인 ‘모에’를 추천. 샤르도네, 피노 누아, 피노 므뉘 등 세 가지 포도가 균형을 이뤄 누구든지 쉽게 만족할 수 있다. 패션 브랜드로 치면 라코스테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느낌.
▽사랑을 고백하고 싶다면=모던한 느낌의 ‘니콜라 푸이아트’가 적합. 레몬 향이 은은하며 부드러운 캐러멜의 풍미가 좋다. 빅토르 드 롤프처럼 튀는 스타일이지만 품위를 잃거나 트렌드를 거스르지 않는다.
▽진중하고 전통을 좋아한다면=견고하고 힘찬 ‘크리스털’이 제격이다. 명품의 대명사 에르메스 스타일을 연상시킨다. 크리스털과 에르메스…. 최고의 풍미와 최고의 스타일 그 자체다.
▽시크한 사람=도회적이고 세련된 맛의 ‘볼랭제’를 권하고 싶다. 영화 ‘다이 어나더 데이’에서 제임스 본드가 감옥에서 나온 직후 호텔에서 주문한 샴페인이기도 하다. 블랙 앤드 화이트의 느낌으로 절제된 세련미가 있는 질 스튜어트와도 같다.
▽창조적이고 섬세한 사람=니콜라 푸이아트의 ‘퀴베팔메 도르 1995년산’을 권하고 싶다. 디자이너로 치면 이세이 미야케나 마르탱 마르지엘라처럼 실험적인 스타일. 기품있는 맛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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