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67>阜(언덕 부)

  • 입력 2005년 10월 28일 03시 01분


阜는 황토지대에 반지하식으로 만들어진 원시 형태의 집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흙 계단을 그렸는데, 세로 선은 수직 벽을, 나머지는 흙을 깎아 만든 홈이다. 그래서 阜는 흙 계단이나 언덕, 흙으로 만든 구조물 등을 뜻하며, 다른 글자들과 결합할 때는 계단을 하나 줄인 부로 쓴다.

옛날, 황토 평원에서 집은 홍수를 피하고 적의 침입을 미리 관찰할 수 있도록 야틈한 언덕에 만들어졌다. 降(내릴 강·항복할 항)은 두 발(舛·천)이 흙 계단의 아래쪽을 향해 ‘내려감’을, 陟(오를 척)은 흙 계단의 위를 향해 ‘올라감’을 그렸다. 陳(늘어놓을 진)은 집 앞에 물건을 담은 포대기(東·동)들이 널려진 모습으로부터 ‘진설하다’의 뜻이 나왔다.

또 陽(볕 양)은 제단 위로 햇빛이 화려하게 비치는 모습(양·양)에 阜가 더해져 그러한 양지바른 곳을 말하고, 陰(응달 음)은 구름(云·운, 雲의 원래 글자)에 가려 볕이 들지 않는 곳(阜)이라는 의미에 소리부인 今(이제 금)이 더해진 구조이다.

깎아지른 산이 없는 평원지대에서 이러한 언덕은 적을 막는 유용한 지형지물이기도 했다. 防(둑 방)은 네모꼴(方·방)의 높다란 토벽(阜)을 쌓아 적을 ‘방어함’을, 阻(험할 조)는 이러한 성벽과 조상(且·차, 祖의 원래 글자)의 힘을 빌려 적을 막아냄을, 障(가로막을 장)은 언덕이나 토벽으로 형성된 장애물을, 院(담 원)은 담으로 완벽하게(完·완) 둘러쳐진 궁실을 말한다.

그래서 언덕은 군사행동 때 진을 치는 중요한 근거지가 되기도 했는데, 陣(진영 진)은 이런 언덕을 중심으로 전차(車·거)들이 줄지어 ‘배치된’ 모습을 그렸고, 隊(무리 대)는 원래 언덕을 기어오르며 공격하던 군사들이 거꾸로 떨어지는 모습(B)을 그렸으며, 이후 土(흙 토)를 더해 墜(떨어질 추)를 만들었다.

나머지, 陶(질그릇 도)는 물레를 돌리며 그릇을 빗는 사람((도,요)·도)에, 陷(빠질 함)은 사람(人·인)이 구덩이(臼·구)에 ‘빠진’ 모습에 阜가 더해졌고, 隙(틈 극)은 토담의 작은(小·소) ‘틈’ 사이로 비쳐 드는 햇빛(日·일)을 그렸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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