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경 유리 천장, 햇살, 경천사 10층 석탑
박물관 본관 건물의 출입구인 중앙홀. 그 오른쪽으로 난 복도인 ‘역사의 길’을 따라 들어가면 맨 끝에 국보 86호 경천사 10층 석탑이 우뚝 서 있다. 늘씬한 몸매(높이 13.5m)를 따라 고개를 들어보자. 40여 m 높이의 유리 천장에서 쏟아지는 투명한 햇살, 한동안 발길을 옮길 수 없다.
○제2경 어둠의 신비와 반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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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조각실 내 독립공간에 전시된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상.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시력을 잃는다. 어둠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잠시 후 서서히 미륵반가상의 모습이 드러난다. 곧이어 진열장 유리벽에 비쳐 사방팔방에서 현현(顯現)하는 반가상, 신비로운 체험이다.
○제3경 석조 불상과 숲의 만남
불교조각실 동편에 서 있는 국보 81호 감산사 미륵불과 국보 82호 감산사 아미타불. 뒤는 온통 유리창이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초록빛 나뭇잎들. 석불이 숲 속으로 들어온 듯하다. 유리창 밖으로 비나 눈이라도 내린다면….
○제4경 경쾌한 처마 선, 조선 선비와의 만남
한국 전통 건축의 매력은 살짝 치켜 올라간 기와지붕의 처마 선이다. 목공예실에 지어 놓은 조선 선비의 사랑방 건물. 경쾌한 처마 선을 바라보며 열심히 책을 읽었을 어느 조선 선비가 떠오르는 곳.
○제5경 범종 옆으로 문득 스쳐가는 용산 풍경
금속공예실 옆 휴게실에 전시된 국보 280호 천흥사 동종. 가장 아름다운 고려시대 종이다. 의자에 앉아 편하게 감상하다 문득 고개를 뒤로 돌리면, 작은 유리창 밖으로 펼쳐지는 용산(용산미군부대, 용산가족공원 등)의 풍경.
○제6경 달빛과 석탑, 아사달과 아사녀
국보 99호 갈항사 3층 석탑 등 국보 보물 11점을 비롯해 30여 점의 문화재가 전시된 야외전시장. 어둠이 내리면 나무들 사이사이에 조명이 들어온다. 여기에 은은한 달빛이라도 비친다면…. 석가탑을 만든 아사달을 그리워하다 끝내 연못에 몸을 던진 백제 여인 아사녀가 생각나는 곳.
○제7경 넉넉함과 여유, 아미산 굴뚝과 담장길
본관 뒤쪽이어서 관람객이 놓치기 쉬운 곳.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굴뚝인 경복궁 아미산 굴뚝과 전통 담장을 재현해 놓았다. 굴뚝을 지나 전통 담장 옆길을 걸어보는 것도 늦가을의 낭만이 될 것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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