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9시 아침의 신선한 공기가 가득한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앞 청계천. 한국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샌드라 캐머런(19·여·미국 하버드대 1년·사진) 씨는 청계광장의 쏟아지는 물줄기를 보자 “나이아가라 폭포 같다”며 활짝 웃었다. 그녀가 바이올린을 꺼내 들고 사진 촬영 포즈를 취하자 지나가던 사람들도 그녀의 당차고 깜찍한 미소에 발걸음을 멈췄다.
캐머런 씨는 29일 오후 8시 새로 문을 연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내 공연장 ‘극장 용’ 무대에 선다. 개관 축제 행사의 일부인 이번 공연에서 올해 창단 40주년을 맞은 서울바로크합주단(리더 김민)과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할 예정이다.
주한 미군이었던 독일계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캐머런 씨는 동양인처럼 아담한 체구(키 155cm)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적 연주가 일품으로 꼽힌다.
그녀는 지난달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를 내한 공연했던 러시아 키로프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에게 발탁돼 14세의 어린 나이에 세계무대에 신데렐라처럼 등장했다. 게르기예프와의 첫 만남은 2000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모차르테움 서머캠프’.
“줄리아드 음악원 예비학교의 루이스 카플란 선생님 소개로 게르기예프를 만났어요. 원래 5분 예정의 오디션이었는데, 1시간 반 동안 이어졌죠. 그 후 게르기예프는 제게 러시아에서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1번’을 협연할 수 있느냐고 물었어요. 그 곡은 전혀 모르던 곡이었는데, ‘할 수 있다’고 대답해버렸죠.”
캐머런 씨는 단 두 달 만에 이 곡을 연습해 뉴욕을 찾은 게르기예프에게 들려주었다. 이후 그녀는 키로프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솔리스트로 2001년 모스크바와 잘츠부르크, 2003년에는 북미대륙 5개 도시 순회공연을 가졌다.
“사사했던 한 미국인 선생님이 제 연주에서 김치의 매운맛이 느껴진다고 했어요. 한국음식은 짜고, 맵고, 쓰고, 달고 맛과 향이 풍부하잖아요. 제게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이상, 바이올린 연주에서도 다양한 맛과 향을 뽑아내고 싶습니다.” 5만∼9만 원. 1544-5955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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