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적인 재미” “소비 조장” 논란
최근 몇 년 사이 서양 명절인 핼러윈 데이를 기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재미있는 기념일이라는 의견과 국적 없이 소비만 부추긴다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부쩍 늘어난 영어유치원이나 영어학원 등에서 10월 마지막 주인 28일 핼러윈데이를 치르면서 관련 의상과 소품 및 기념품 수요도 폭증했다. 핼러윈 의상을 입고 거리 행진을 하는 영어유치원이 있을 정도.
영어학원에 초등학생 아들(8)을 보내고 있는 주부 이현경(37·대전 대덕구) 씨는 핼러윈 파티를 위해 ‘파티의상’을 준비하라는 안내문을 받았다. 학원 측은 유령의 방을 만들어 두고 핼러윈 의상을 입은 아이들이 그곳을 돌아다니게 하는 행사를 준비했다. 이 씨는 ‘닌자’ 의상을 사달라는 아들의 성화에 인터넷으로 3만 원 정도하는 의상을 주문했다.
지난해까지 3년간 미국에서 생활한 이 씨는 “작년 미국 학교에서 경험한 핼러윈데이는 학부모가 아이를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하는 파티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재미있는 의상 발표회 수준”이라며 “미국에서는 10달러 수준인 핼러윈 의상도 한국에서는 너무 비싼 편”이라고 지적했다.
귀신을 쫓는 서양 풍습인 핼러윈데이의 의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점도 비판의 초점. 이 씨는 “마귀, 해골바가지 등 섬뜩한 의상과 소품 등이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영어를 배우며 이색적인 외국 문화를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긍정적 반응도 적지 않다. 유치원 교사 송우경(28) 씨는 “외국어를 배우면서 그 나라의 문화도 접하는 것은 좋은 경험”이라며 “집에서 분장을 해야 할 경우나 옷, 소품 준비에 부담을 느끼는 학부모도 있는 만큼 너무 거창하게 행사를 준비하지만 않는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유통업체 의상소품-파티복 판매 급증
유통업체나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핼러윈데이 기념품들이 지난해보다 배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옥션에서 파티복, 의상소품 등을 판매하는 ‘파티가이드’ 권오창 씨는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아동용 의상과 가면 등이 10월 초에 비해 배 이상 많이 팔렸다”고 말했다.
할인점 홈플러스 정선희 씨는 “유치원이나 학원의 대량 구매 요구가 많아 지난해보다 핼러윈 상품을 4배 이상 준비했다”며 “올해 들어 가격도 훨씬 떨어졌다”고 말했다. 풀세트 의상보다는 1만 원 이하의 ‘스크림’ 가면, 악마뿔, 삼지창 등 소품이 인기가 많다.
노향란 사외기자 ilgan99@naver.com
■핼러윈데이는…고대 켈트인의 축제 美선 가장파티 열려
핼러윈데이는 10월 31일 밤에 치르는 서양의 연례행사로 성탄절과 부활절 다음 가는 명절. 고대 켈트인의 소인축제에서 유래됐다. 2000년 전 지금의 아일랜드 영국 프랑스 북부지방에 살던 켈트인들은 11월 1일을 새해로 맞았다. 이들은 새해 전날 밤에는 죽음과 생명의 간격이 흐려지며 죽은 귀신들이 이승을 찾아온다고 믿었다.
기독교가 켈트 부족에 영향을 끼치며 7세기경 교황 보니파스 4세는 11월 1일을 모든 성인과 순교자를 기리는 ‘성인의 날’로 정했다. 1000년쯤 교회는 다시 죽은 이들의 날로 11월 2일을 정했다. 성인의 날 이브, 성인의 날, 죽은 이들의 날 등 세 가지 축제가 핼러마스(Hallowmas)로 불렸다. ‘hallow’란 앵글로색슨어로 ‘성도(聖徒)’를 뜻하며, ‘All Hallows′ Eve(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 전야제)’가 줄어서 ‘Halloween’이 되었다.
오늘날 핼러윈데이는 미국 어린이들의 축제로 유명하다. 핼러윈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는 잭오랜턴(Jack O'Lantern)은 속을 도려낸 큰 호박에 악마의 얼굴 모습을 새기고 그 안에 촛불을 고정시켜 놓은 것이다. 학교에서는 가장 파티가 열리고, 밤이 되면 도깨비 마녀 해적 등으로 가장한 어린이들이 집집마다 다니며 ‘과자를 주지 않으면 장난을 치겠다(Trick or Treat)’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초콜릿과 캔디를 얻어 간다.
자료: www.historychann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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