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심수봉씨 ‘데뷔 25돌 기념음반’ 발표

  • 입력 2005년 10월 28일 03시 01분


박영대 기자
박영대 기자
“어제가 10월 26일이었다는 것도 몰랐어요. 이제는 ‘10·26’도 그렇게 잊혀지는 것 같네요. 하긴 그 날을 잊기 위해 지금까지 몸부림을 쳤는데…. 이젠 좀 밝고 명랑하게 살아야죠.”

가수 심수봉(50·사진)이 27일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내달 1일 발매되는 데뷔 25주년 기념음반 ‘베스트 오브 베스트’와 1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기념 공연 ‘사랑밖엔 난 몰라’를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25년이 한순간 같다”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1979년 데뷔 음반을 냈으니 엄밀히 말하면 데뷔 26년째죠. 그런데 지난해 너무 바빠 25주년 기념 공연과 음반을 준비하지 못했답니다. 주변에서는 오랫동안 활동했다고 그러지만 전 사실 오랫동안 방송 출연 정지를 당해서 하나도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매년 10월만 되면 기자 분들은 저희 집 앞에 잠복해 그 사건에 대해서만 인터뷰를 하려고 했고…”

심 씨는 “1979년 데뷔 후 줄곧 음반만 내는 가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10․26 사태 이후 1984년까지는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방송에 나오지 말라는 ‘사형 선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해외 무대에도 설 수 없어 1982년에는 예정됐던 일본 NHK 공연이 무산됐다. 그래도 1984년 방송 출연 금지 조치가 풀린 후 발표한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가 히트했고 가수 방미에게 준 ‘올 가을엔 사랑할 거야’도 인기를 얻어 가수 생활의 봄이 찾아오는가 싶었다. 그러나 1985년 발표한 신곡 ‘무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그는 다시 한번 암묵적인 방송출연 정지를 당한다.

“저는 아직도 방송국에 가면 무섭고 두려워요. 자유롭게 활동하는 후배 가수들이 부럽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1월 10집 음반을 내고 자유롭게 활동을 하니 비로소 가수가 된 것 같아요. 데뷔 1년 차 가수요.”

이번 베스트 음반에는 심 씨의 데뷔곡 ‘그 때 그 사람’을 비롯해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미워요’, 처음으로 긍정적인 가사를 쓴 후 남편과 재혼까지 했다는 ‘비나리’ 등 33곡의 히트곡이 담겨있다. 수록곡 대부분이 노래방 애창곡일 정도로 귀에 익은 것들이다. 심 씨는 “노래방에서 딱 한 번 내 노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불렀는데 78점을 받았다”며 웃었다.

“이번에 ‘그 때 그 사람’을 부르면서 최대한 27년 전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어요. 같은 노래를 27년간이나 똑같은 목소리로 부르면 지겨울 텐데 사람들이 제게는 ‘제발 변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 때 추억이 다들 좋으신가봐요.”

심 씨는 “앞으로 적어도 1년에 한 장씩 앨범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출연 정지’, ‘규제’ 등으로 짓눌렸던 음악적 욕구를 원 없이 풀려는 듯 했다.

“3년 전 미국 맨하탄으로 음악 공부를 하러 떠났죠. 2년이란 시간이 과거 암울했던 20년을 다 보상해줄 만큼 음악 공부가 제겐 기쁨이었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음악과 함께 살아야죠. 그래서 데뷔 50주년 때도 인터뷰 해야죠.”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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