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

  • 입력 2005년 10월 29일 03시 07분


◇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로잘린드 마일스 지음·신성림 옮김/455쪽·1만8000원·동녘

영국 페미니즘 이론가이자 소설가인 저자가 이름 모를 숱한 민초 여성의 드라마틱하고 주체적인 삶을 발굴해 나열한 역사책이다. 족장에게 노예로 잡혀갔지만 나중에는 아예 그 부족의 족장이 된 여자가 있는가 하면 성적으로 억압된 빅토리아 시대에 아라비아 반도를 찾아간 여성 탐험가도 있다. 문자가 생기기 이전인 선사시대 여성의 삶까지 다양한 자료를 통해 재현해 낸 대목도 눈에 띈다. ‘사냥하는 남성이라는 가설에 집착하던 인류학자들은 돌촉, 화살이 인류 최초의 도구였다고 주장하지만, 사냥은 훨씬 뒤에 시작된 것이다. 그 전에 이미 뿌리나 알뿌리를 파내거나, 식물을 먹기 편하게 가루로 만드는 것 같은 활동을 위해 뼈나 돌, 나뭇가지 등을 사용했다. 이런 모든 것이 여성들의 도구였다.’ 저자의 경쾌하고 재치 있는 글쓰기와 잘 된 번역이 읽는 맛을 준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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