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살의 필독서 50권]<11>고딕성당

  • 입력 2005년 10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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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라면 한 번쯤 ‘시계는 과연 어떻게 움직이는 걸까’하는 궁금증으로 시계를 분해해 보기도 하고, ‘비행기처럼 무거운 것이 어떻게 날아다니나’하는 호기심도 가져 보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끝까지 올려다보기에도 목이 아플 정도로 으리으리한 건축물이라면, 지금처럼 거대한 트랙터나 굴착기 등이 없었던 중세 시대의 건축물이라면,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더욱더 호기심을 자아낸다. 이 책은 유럽의 대표적 상징물인 고딕 성당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됐는지 알기 쉽게 전달해 주고 있다.

유행병이 종적을 감추고 농업과 상업이 번창하던 평화로운 13세기, 프랑스의 가상 도시 쉬트로에서 낡은 대성당 대신 새로운 성당을 짓기로 결정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건축 도면들, 각 분야의 장인들과 다양한 건축 도구, 성당을 짓는 데 필요한 각종 재료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절묘하게 엮어져서 거대한 성당을 만들어 낸다.

상상 속의 이야기이지만 깔끔한 설명 속에는 무거운 목재를 나르는 방법, 각종 연장의 쓰임새, 정확하게 기단을 쌓는 방법, 높은 곳에서 비계(건축 공사를 하기 위해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를 사용하여 자유자재로 일할 수 있는 방법, 홍예틀(홍예·虹霓는 무지개 모양을 뜻함)을 버팀목으로 사용해 석재 아치를 만드는 방법, 자아틀을 사용하여 무거운 석재와 콘크리트를 높은 지붕까지 끌어 올리는 방법 등 중세 시대의 실제 건축 기법들이 담겨 있다.

그림은 더욱 압권이다. 책장 가득, 검은 펜 하나를 자유자재로 놀려 그려낸 세밀화들은 그 정교함에 탄복하도록 만든다. 마을 전체의 조망, 설계도, 필요한 도구와 연장들, 성당의 측면, 평면 등을 자유자재로 보여 주며, 다양한 각도에서 펼쳐지는 성당의 모습은 그 장엄함과 섬세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커다란 책장을 한 장씩 넘기노라면 80여 년의 세월이 눈앞에서 휙휙 펼쳐지고 맨땅에서 아름다운 성당이 서서히 솟아난다. 한 편의 역동적인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중세 시대로 돌아가 성당을 짓는 과정을 숨죽이며 지켜볼 수 있도록 해 준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노력에 감사할 따름이다.

다음은 중세인들의 끈기와 노력, 과학적 지식을 동반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이다.

‘거대한 색색의 깃발들이 2층 회랑으로부터 드리워지고 기둥에 달린 촛대마다 불이 밝혀졌다. 성가가 시작되자 성당 안은 아름다운 화음으로 가득 찼다. 참석자 대부분은 성당을 만들었던 사람들의 손자 손녀들이었다. 이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경외심과 숭고한 기쁨으로 넘쳤다. 86년 동안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하여 매진한 결과 마침내 그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쉬트로 사람들이 드디어 프랑스 전역에서 가장 길고, 가장 넓으며, 가장 높고, 가장 아름다운 대성당을 완성한 것이다.’

하늘 높이 솟아오르고자 했던 인간의 욕망이 예술적으로 승화된 걸작품, 고딕 성당.

여러분의 설계도면에는 무엇이 그려져 있는가.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넓은 세상에 나아가 높고 아름다운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이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해 보고 싶은 이들의 포부를 돋워 주는 책이다.

이수영 서울 경원중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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