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글자 없는 그림책 ‘나의 빨강 책’

  • 입력 2005년 11월 5일 03시 04분


◇나의 빨강 책/바버라 리만 지음/32쪽·7500원·아이즐북스(4∼6세)

이상하다. 겉장에는 제목도, 지은이 이름도 없다.

빨간 바탕으로 된 겉장의 왼쪽 위에는 ‘칼데콧 어너 상(미 도서관협회가 좋은 그림책에 주는 상)’ 수상작임을 알리는 은빛 마크가, 오른쪽 아래에는 옆구리에 빨간 책을 끼고 어디론가 뛰어가는 소녀만 그려져 있을 뿐.

책장을 넘기면 부모는 난감해진다. 글자가 하나도 없다. 글자가 없는 그림책. 어떻게 ‘읽어 줘야’ 할까? 이 책은 글자 대신 그림을, 눈이 아닌 상상력으로 읽는 그림책이다. 제대로 읽고 있는지 걱정할 필요 없다. 상상력으로 읽는 책에는 정답이란 애초에 없으니까.

도시 소녀와 지구 어느 섬에 사는 소년이 각자 우연히 주운 빨간색 책을 통해 만난다는 신비로운 내용. 시공을 뛰어넘는 환상의 여행을 다룬 이야기지만 내용을 따라가기 쉽도록 친절하게 그려진 그림 덕분에 아이에게 ‘읽어 주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

6세 정도의 자녀라면 부모가 그림을 설명하며 읽어 주는 대신 아이에게 먼저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고 시켜 보는 것이 더 좋겠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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